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역풍 맞은 ‘인터넷 전봇대’/백인성기자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14 17:27

수정 2010.04.14 17:27

정보기술(IT) 업계가 뿔이 날 대로 났다. 하루평균 접속자 10만명 이상인 사이트에서 이용자가 게시판 등에 글을 올릴 때 본인 확인을 거치도록 한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탓이다. 최근 방통위는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지난 1일부터 새로 적용하는 인터넷 실명제 대상 사이트 167곳에서 제외했다. 해외에 서버가 있는데다 국내 사업자 등록이 돼 있지 않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트위터도 비슷한 이유로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자 국내 IT 업계가 발끈했다.
이용자들이 꺼리는 국내 인터넷 실명제 탓에 해외 서비스에 이용자들을 빼앗기고 있다는 항변이다. 동영상 UCC 업체 판도라TV는 지난 6일 "인터넷 실명제는 국내 업체에만 적용되는 역차별"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공개 질의서를 보내 항의했다. 지난 1일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간담회를 가진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국내 포털업체 사장단도 실명제 적용을 받지 않는 구글 유튜브를 거론하며 역차별 시정을 요청했다.

실제로 해외 서비스 중에는 반사이익을 본 곳이 적지 않다. 유튜브는 국내에서 유튜브의 본인확인제 거부 논란이 빚어진 지난해 4월부터 페이지뷰(PV)가 급상승하기 시작해 7월에는 판도라TV를 제쳤다. 판도라TV는 지난 3월까지 PV가 상승곡선을 그렸다가 실명제가 실시된 4월부터 감소 추세를 나타내며 상승세가 꺾였다.

최근엔 실효성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우지숙 교수는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 논문을 통해 "인터넷 실명제의 악성 댓글 제한 효과는 미미하나 누리꾼들 사이의 소통 위축 등 부작용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투명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하겠다는 인터넷 실명제의 취지와 달리 현실은 국내 IT 업체들의 손발을 묶는 전봇대가 돼 있다.
마땅히 뽑거나 차마(車馬)에 거스르지 않도록 옮겨 세우는 편이 옳다.

/fxman@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