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심각한 무선랜 망 중복 투자 /권해주기자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7.18 18:24

수정 2010.07.18 18:24

“지난 월드컵 때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무선랜(Wi-Fi) 신호가 무려 150개나 잡혔다. 무선랜 신호들의 간섭 문제 때문에 속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한 이동통신사 임원이 혀를 내두르며 한 말이다. 국내 무선랜 과잉 경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공짜 무선랜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신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폰 바람’이 불면서 수백억∼수천억원의 비용을 들여 구축한 무선랜 망을 사실상 공짜로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

올해 말이 되면 KT, SK텔레콤, LG U+가 도심 밀집지역에 구축하는 무선랜 망만 해도 5만5000여 곳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보다 무려 4배 이상 많은 규모다.

문제는 통신업체들이 아무런 협의도 없이 망 구축 경쟁에 나서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중복 투자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인파가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무선랜 지역이 1만 곳만 있으면 휴대폰용 이동통신망에 집중되는 무선인터넷 접속 수요를 충분히 무선랜으로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체들은 내년부터 현재 3세대(3G) 이동통신망보다 10배 빠른 4세대(4G) 롱 텀 에볼루션(LTE) 망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이미 KT, SK텔레콤은 합계 1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또 다른 4G 표준후보인 와이브로(휴대인터넷)망을 전국 84개 시에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3∼4세대 이동통신망이 공고히 갖춰지면 통신업체들이 과잉 투자한 무선랜 망은 소홀히 관리할 공산이 크다.
지금이라도 통신업체들이 같은 망 구축 비용으로 무선랜 접속 지역을 더 넓힐 수 있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휴대폰 이용자들은 무선랜으로 공짜 인터넷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무선랜이 통신업체들의 수익에 ‘독’이 될 수도 있다.
무선랜 망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고급 부가서비스를 창출하는 일도 통신업체들의 숙제인 것. 무선랜 망은 무료로 제공하되 그 위에서 유료화할 수 있는 의료·방범·멀티미디어 콘텐츠 등의 개발이 좋은 사례라 하겠다.

/postman@fnnews.com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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