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성공 조건/홍익대학교 김발호 교수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8.19 18:20

수정 2010.08.19 18:20

최근 스마트폰, 스마트카드, 스마트그리드 등 기존의 시스템이나 서비스에 ‘스마트’란 용어를 접목하는 것이 사회적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란 용어의 확산 이면에는 기존의 주요 서비스에 여러 복합 기능을 부가적으로 구현함으로써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킨다는 철학이 내포돼 있다. 스마트폰의 대표주자인 애플사의 아이폰은 기존의 휴대폰이 제공하던 단순 기능과 위치기반시스템 등 모바일 기기 고유 특성에 기반한 특화된 부가서비스의 제공은 물론이고 인터넷 검색, 전자상거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모바일 오피스 등 일반적으로 컴퓨터 상에서 가능하던 차원 높은 서비스를 휴대폰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단순한 기능 향상이 아닌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혁신적 가치를 체험하게 됐으며 산업 분야에서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 신규 시장이 창출되고 발전하게 됐다. 이렇듯 소비자에게 현재형으로 다가온 스마트폰과 미래형이 될 스마트그리드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보기로 하자.

스마트 그리드는 차세대 전력망으로 전기로 구동하는 모든 시설과 기기를 다양한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하고 지능화된 자동화 기능을 통해 시설 및 기기의 상호작용을 제어해 전체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원리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의 전력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와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전력시스템은 기존의 시스템에서처럼 단순히 전기를 수동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시장 가격에 반응해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자신의 소비 패턴과 요금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며 그러한 서비스 체제 상에서 공급자에 의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들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 홈 및 전기자동차 서비스를 매개로 스마트폰 산업과도 연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통적인 전력산업의 핵심인 비용 절감, 친환경 에너지, 전력 정보, 편리성, 안정성에 덧붙여 스마트그리드 상에서의 다양한 부가서비스 창출은 소비자의 관심과 기대를 넘어 적극적인 참여까지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비용-편익에 대한 구체적 분석과 명확한 가치사슬 수립으로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논리적 공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의 고려가 수반돼야 한다.

첫째, 철저한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최적의 투자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대규모의 시스템 구축 비용으로 인한 국민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정부 주도의 비용 투자 과정에서 이것이 기업의 일시적 이익으로만 귀결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사업투자에 대한 지속적 관리와 성과로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둘째, 접근성이 높고 활용이 쉬운 정보 제공 모델의 개발을 통해 소비자의 이해 및 피해 방지를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그리드 상에서 제공되는 정보가 아무리 뛰어나도 소비자가 활용하지 못하면 비용 부담만 증가할 것이다.

셋째, 소비자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신규 서비스 모델의 발굴로 현재 시점에서 명확하게 보이는 전기 사용 절감 이외에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잠재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모델을 발굴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지속적인 투자와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적 패러다임을 도입하는 과정에는 분명히 양면성이 존재하고 이것은 우리가 이미 정보화 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경험한 사실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볼 때 스마트그리드 체제로의 이양은 필연적인 길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왕 가야할 길이라면 능동적으로 주도해 선도자로서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 국익 차원에서 긍정적이라 판단된다.
특히 스마트그리드로의 이행은 100여년간 지속돼 온 전통적인 전력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이고 소비자의 능동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한 전제인 만큼 소비자 관점에서의 가치가 명확하게 수립되고 이것이 사업추진 과정과 서비스 모델 구현에 명확하게 반영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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