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고대 주변뿐인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등이 자리잡은 신촌 일대를 보라. 좁은 골목길에 온통 먹고 마시는 술집 음식점 카페 등만 들어찼고 여대 주변엔 옷가게만 빽빽하다. 이 곳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가 아니면 시장터인가. 고시촌과 원룸이 옹기종기 들어앉은 서울대 주변의 신림동이나 다른 대학촌도 별로 나은 게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려대 주변이 끝나면 한양대 숙명여대 한성대 등에도 캠퍼스타운 방식의 재개발을 할 계획이다. 잘 하는 일이다. 전 대학가로 확산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고려대 주변 캠퍼스타운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재개발에 합의하기까지 시 당국과 주민들 그리고 학생회 측은 6, 7년 동안 밀고 당기기를 거듭해 왔다. 결국 주민들이 원하는 아파트와 상가, 학생들이 원하는 하숙집(기숙사)과 서점 등 편의시설 그리고 시가 바라는 문화시설과 근린공원 등이 골고루 들어서게 됐다. 일단 술집과 옷가게가 줄어든 것만 해도 큰 성과다.
외국 대학촌의 품격을 보며 한국 대학촌의 저품격을 한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수백년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고 넒은 바운더리를 자랑하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은 비교하는 게 무리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제 한국도 먹고 살게 됐으면 품격을 따질 때가 됐다. 가난 때문에 못했던 일을 지금은 할 수 있다. 국격 향상만 화두로 삼지말고 대학촌도 격을 생각할 때가 됐다. 사람은 때로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한국의 지성들이 너무 구질구질한 환경에 지배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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