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後代를 위한 산림자원 개발/현정오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9.23 17:07

수정 2010.09.23 17:07

'내 아들의 아들이 입는 옷'이라는 콘셉트로 마케팅을 하는 의류 브랜드가 있다. 재질의 우수성과 유행에 편승하지 않아도 되는 디자인에 대한 명품의 자부심이 강하게 풍겨난다. 산림 개발과 경영에 이런 관점을 차용한다면 그 내용은 무엇이 될까. 아마도 산림에 대한 적정한 개발과 이용 그리고 보전을 통해 여러 세대에 걸쳐도 변함없이 산림자원을 이용 가능하게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즉 명품 산림경영은 지금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산림의 효용을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 세대까지 잘 전달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숲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지표인 산림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훼손하는 요인을 제거하거나 저감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근래 하버드대 윌슨 교수 등 여러 생물학자들이 열대우림과 같은 생물 다양성이 매우 높은 곳을 면밀히 조사·연구한 바에 따르면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구상의 다양한 생태계에 존재하는 생물종의 총 수는 적게는 3000만 종에서 많게는 약 1억 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는 10만여종의 생물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생물종의 수는 3만여종이다.

최근 국립수목원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4881종의 식물이 있고 이 중 목본식물은 1217종, 초본식물은 3664종이라고 한다. 이들 대부분의 식물 종은 산림생태계에 살고 있으며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산림자원도 바로 이 식물 종들이다.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이라 함은 그 자원을 이용하되 그 자원의 양적 및 질적 수준이 무한히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면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산림자원은 산림생태계에 서식하는 목재수종, 산채 및 약용식물, 버섯류, 곤충, 포유류 등 모든 동식물과 미생물은 물론 산림생태계를 이루는 무기환경 즉 공기, 물, 토양, 암석, 경관까지도 포함한다. 산림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산림자원이 존재하는 산림생태계를 잘 보호·유지·관리해야 한다.

한 생물종은 그 생물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일원이다. 따라서 한 생물종의 멸종은 그 생물종이 서식하던 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할 수도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 생태계 속에 서식하는 다른 자원도 훼손 또는 파괴할 수 있다. 또 어떤 원인으로 산림생태계가 파괴되면 그 생태계에 서식하던 종들이 멸종될 수 있다. 따라서 산림생태계의 보전은 곧 생물 다양성의 보전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는 인구 증가로 인한 산림자원의 과도한 채취, 너무 많은 등산객으로 인한 토양의 답압과 등산로 훼손에 따른 토양 유실, 솔잎혹파리·소나무재선충 등 각종 외래 병해충의 유입에 따른 산림생태계 파괴, 산업화와 도시화·도로 건설 등으로 인한 산림생태계의 파편화와 각종 대기오염 물질의 방출, 특히 이산화탄소의 과다 방출에 따른 산성비, 지구온난화 그리고 기후변화로 초래되고 있는 산림생태계의 대규모 훼손 또는 파괴를 목도하고 있다. 이러한 산림생태계의 파괴는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산림자원의 대규모 파괴 및 고갈로 이어지게 되고 산림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어렵게 한다.

우리가 산림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려면 산림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훼손 또는 파괴하는 모든 요인을 제거하거나 제거가 불가능하다면 최대한 저감시켜야 할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모든 동식물 및 미생물 산림자원의 과도한 채취를 피하고 산림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산불 조심, 등산로 정비를 통한 토양유실 방지, 무분별한 산림의 벌채 방지, 간접적으로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 대기오염물질의 방출 감소 노력, 철저한 검역을 통한 외래 병해충 유입 방지 등에 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은 물론 정부의 적절한 정책과 제도적 장치를 통한 방지 및 저감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세대에서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산림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할 수 있어서 우리 후손 대대로 풍요로운 산림자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침 지난 8월 산림 분야의 학술올림픽으로 불리는 '제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IUFRO World Congress)'가 서울에서 열렸다. '사회와 환경, 그리고 미래를 위한 산림'을 주제로 세계 110여개국 3500여명의 산림·환경 전문가들이 참석해 학술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많은 국민이 생물 다양성 보전 및 산림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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