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재난대비 훈련의 효과/이기환 소방방재청 차장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4.28 17:00

수정 2014.11.06 20:12

요즘 개인이나 국가가 안거위사(安居危思)의 경구를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편안하고 무사할 때 어려운 일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미리 대책을 세워둔다는 말이다.

7000개의 학교가 무너진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참사 속에서 상자오 중학교 2323명의 재학생 모두는 무사했다. 이 학교 예지평 교장이 평소 교사와 학생들에게 재난 대비훈련을 철저히 시킨 것이 대지진에서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강진이 발생하자 학생들은 평소 연습한 대로 책상 밑으로 몸을 피한 뒤 신속하게 교실을 벗어나 농구장으로 대피했다. 전교생이 농구장으로 모이는 데는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일본 이와테현의 항구도시 가마이시는 3·11 일본 대지진으로 사망 및 실종자가 1000명을 넘었다. 하지만 약 3000명에 달하는 이 도시의 초·중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화를 면했다. 1933년과 1960년 대형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었던 가마이시는 2004년부터 초·중학생에게 쓰나미와 지진에 대한 방재교육을 크게 강화한 덕분이었다.

이 학교는 방재전문가의 도움으로 쓰나미 지침서를 만들어 연간 10시간 이상 교육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번 쓰나미 때 그 지침서에 적힌 행동요령과 대피지를 숙지하고 움직였던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정부와 연방지질연구소(USGS)는 초대형 지진이 발생할 것을 가정하고 유사시 위기관련 대응 능력을 키우는 훈련 '캘리포니아주 셰이크아웃(The Great California ShakeOut)'을 주 전역에서 실시한다.

이 훈련은 캘리포니아주가 실제 큰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매년 실시하고 있는 사전 재난대응 훈련으로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대피하는 법, 사고 발생 시 구조 방법 등을 교육시킨다.

강 건너 불 구경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부러울 따름이다. 평소 재난에 대한 교육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사례들이다.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재난을 겪고 있는 일본은 이번 지진과 지진해일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방재 선진국으로 인식돼왔다. 이번 재난으로 인해 많은 인명손실과 원전사고의 후유증을 겪고 있으나 재난 속에서도 빛을 발한 일본의 재난대비훈련 성과는 우리에게 재난대비 태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거울이 된 것도 사실이다.

때마침 우리 정부도 5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풍수해, 지진 및 지진해일, 초고층화재, 테러 등 에 대비한 '재난대응안전한국훈련'을 전국적으로 실시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해 실시하는 법정 훈련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다. 모든 재난은 초기 대응에서 삶과 죽음이 판가름난다고 할 만큼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이때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의 단순한 차이가 생과 사를 가르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훈련뿐이다. 자신은 물론 우리 가족을 위해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평소 재난에 대비하고 재난 시 정부와 국민이 한 몸이 돼 일사불란하게 대응,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수없이 반복되는 훈련만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 특히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재교육 훈련이 절실하다.

자연재난 특히 지진이 발생하면 사이렌이 몇 초간 어떻게 울리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대피요령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지 자문해 본다. 지진은 불과 30초∼1분 이내에 끝난다.

평소 알고 있지만 막상 지진이 발생하면 몇 명이나 예방대비 요령에 따라 행동할지 의문이다. 하지만 올해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은 일본 동북지방의 대규모 쓰나미 피해를 계기로 지진(해일)에 대한 대응과 재난에 따른 국민대피훈련 분야를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훈련을 통해 어떠한 종류의 재난이 닥치더라도 자신의 목숨은 자기가 지킨다는 각오로 재난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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