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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대중국 마스터플랜 짜야/안병억 아산정책연구원 EU연구실장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20 17:10

수정 2012.02.20 17:10

[fn논단] 대중국 마스터플랜 짜야/안병억 아산정책연구원 EU연구실장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 5대 자본 수출국인 중국의 해외 투자가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투자한 곳에서 경영에 실패한 경우가 많고 해당 국가의 반발을 불러와 중국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 건설업체는 지난해 6월 폴란드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철수했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와 독일의 베를린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일부 구간인 49㎞를 건설하는 공사에 중국해외공정(COVEC)등 3개 국영기업이 폴란드 한 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약을 따냈다. 이 구간 공사는 지난 2009년 9월부터 공사가 시작됐으나 2년도 되지 않아 중국이 계약을 파기했다.

 중국 국영기업들이 별다른 준비 없이 턱없이 낮은 가격에 공사를 수주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유럽 시장 점령의 첫 걸음으로 중국 3개 업체는 당시 적정가격으로 여겨졌던 액수의 절반에 불과한 1억7000만유로(약 2520억여원)에 공사를 따냈다.

 그러나 공사를 시작한 뒤 여기저기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공사 현장 지질도 측정하지 않고 수주했으나 구간 일부에 암석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 건설 비용이 증가했다. 현장에서 고용한 폴란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도 중국 건설업체들은 주말에도 고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이래저래 건설 비용이 급증하자 중국 컨소시엄은 폴란드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다시 계산해본 총 공사비용은 수주액의 4배 정도인 6억200만유로 정도. 결국 중국 컨소시엄은 공사 취소에 따른 벌금이 3억유로로 총 공사비보다 훨씬 적다고 판단해 공사를 취소했다.

 원래 이 고속도로는 올해 6월 완공될 예정이었다. 6월 8일 바르샤바에서 개막되는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많은 축구팬이 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려 했다. 그러나 공사 취소로 이런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중국도 자국의 건설 기술을 유럽에 자랑하고자 이 공사를 맡았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유럽외교협회(ECFR)는 최근 중국의 해외 투자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이 예를 들며 중국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2001년 10차 5개년 계획에서 기업들의 해외투자 장려 정책을 발표했다. 2009년까지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남태평양에 이르기까지 180여개 국가에 1만3000개 기업을 설립했다. 이 기간 중국의 해외 투자액은 무려 2조5000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중국 기업이 시도한 인수합병의 75%가 실패로 끝났다. 일부는 대상 기업이 중국의 인수합병을 거부한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중국의 잘못이 컸다.

 위의 예처럼 중국의 해외 투자는 졸부의 행동과 비슷하다. 갑자기 큰돈을 손에 움켜 쥐었으나 이 돈을 잘 쓰지 못해 쓰고도 욕을 먹는 셈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주로 지하자원이 풍부한 수단이나 나이지리아 등에 거액을 투자하거나 지원해주고 있어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아 왔다.

 중국이 아시아의 지역 강국 나아가 부상하는 강대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이해 당사자가 되려면 기존 규칙을 준수해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국제사회의 기존 규범을 벗어났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다.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교류도 더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과 국내 기업 인수 합병도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중국기업의 쌍용차 인수와 철수에서 보듯이 기술 유출과 '먹튀' 자본 논란이 있었다.
FTA 체결, 대북 정책의 가장 큰 영향력 행사자로서 중국 경제와 정치, 지정학 등 모든 점을 포괄하는 대중국 마스터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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