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FTA 명운 걸린 유통구조 개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18 17:23

수정 2012.03.18 17:23

지난 주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효과를 기대하고 대형 마트를 찾은 고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관세 인하분을 반영해 미국산 오렌지와 와인은 15~20% 값이 내렸지만 다른 제품은 달라진 게 없었다. 지난 15일 한·미 FTA 발효 이후 사나흘밖에 안됐고 인하된 관세를 적용한 상품이 유통되기까지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지만 소비자들의 체감도가 예상외로 낮다. 글로벌 경제 영토의 60%를 확보할 정도의 FTA 체결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통구조 개선은 지지부진한 결과다.

관세 인하·철폐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하 효과가 별로라는 부작용은 다른 FTA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수입업자와 중간 유통업자들이 관세 인하분 이상으로 마진을 챙기는 바람에 소비자 부담만 늘었다.
한·칠레 FTA에도 칠레산 와인값이 더 오르고 한·유럽연합(EU) FTA 이후 유럽산 자동차와 명품 가격이 되레 오른 게 대표적 사례다. 한·미 FTA도 불합리한 유통구조는 그대로인 채 출발해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250개 유통기업을 조사한 결과 수입품 가격을 내리지 않겠다는 곳이 31%, 내리겠다는 업체도 일부만 반영하겠다는 곳이 75%나 됐다. 이래서는 국민이 FTA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FTA 무용론이 대두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이나 "주요 품목의 수입.유통구조를 점검해야 한다"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한다. 소비자가격의 50%나 차지할 정도로 비대한 유통마진 축소를 위해선 담합행위를 근절하고 유통구조를 단순화해 효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품목별로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춰 완전 경쟁이 이뤄지도록 규제 철폐도 필요하다.

수출 증대 못지 않게 중요한 FTA 효과가 물가 안정이다.
더구나 사상 초유의 고유가로 생활물가 안정이 급선무인 때다. 게다가 FTA 효과가 조기에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정치적 논란이 길어지고 국력 낭비도 불가피하다.
유통 혁명을 이룬다는 각오로 수입·유통 구조를 혁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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