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김종훈의 좌절, 무너진 ‘코리안 드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04 16:59

수정 2013.03.04 16:59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코리안 드림'이 좌절됐다. 4일 '참담한 심정'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연 김 후보자는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꿈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미래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난맥상이 그를 주저앉힌 가장 큰 원인이 됐다. 또 회견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와 그의 가족에 대한 야당과 언론의 비판도 기업인 출신의 김 후보자가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기득권을 버리고 모국을 위해 여생을 바치러 온 사람한테 박수는커녕 손가락질이 쏟아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일단 한국에서 장관이 되기로 결심한 이상 국내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김 후보자라 해서 까다롭고 때론 지나칠 만큼 도덕성을 파헤치는 한국식 인사청문회의 예외가 될 순 없다. 우여곡절은 있지만 미래부도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곧 출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후보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삼고초려' 노력이 채 열매를 맺기도 전에 돌연 사퇴를 발표한 것은 못내 아쉽다.

한편으로 김 후보자의 사퇴는 우리 사회의 속좁은 순혈주의를 돌아볼 계기가 됐다. 지난해 영국중앙은행(BOE)은 오는 7월 취임할 차기 총재로 마크 카니를 지명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카니는 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다. 미국과 국경을 접한 캐나다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무풍지대로 남았다. 여기에 주목한 BOE는 300년 금융 종가의 자존심을 접고 외국인을 총재로 내정했다. 카니와 영국의 인연은 그가 영국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딴 것 말고는 없다.

글로벌 시대에 국수주의적 인재관은 국력 신장의 훼방꾼이다. 미국은 이민을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주한 미국 대사 성 김(한국명 김성용·53)은 서울 출생으로 13세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그를 미국은 국익의 첨병인 대사로 임명해 모국인 한국에 파견했다. 김 대사는 김종훈 후보자와 1960년생 동갑이다. 아프리카 케냐 출신 아버지를 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섯 살에 미국으로 이민한 짐 용 김(한국명 김용·54) 다트머스 대학 총장을 세계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김종훈은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의 간판 스타였다.
그의 좌절은 모국행을 꿈꾸는 수많은 해외 인재들에게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한국계 미국인마저 수용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폐쇄성은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저출산 시대에 국적을 불문하고 해외 인재에 문을 더 활짝 열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일이 생겨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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