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한·일 통화스와프, 정경분리가 해법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6.11 16:45

수정 2013.06.11 16:45

보수적인 일본 산케이신문이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가 추가로 30억달러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양국은 57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지 않았다. 그 결과 양국 간 통화스와프는 총 700억달러에서 130억달러로 줄었다. 산케이가 언급한 30억달러는 남은 130억달러 중 두 나라가 지난 2005년부터 이어온 원·엔 스와프를 말한다. 그 만기가 다음달 3일이다.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 한·일 간에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에 따른 100억달러만 남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30억달러 통화스와프는 연장하는 게 낫다. 570억달러를 날렸는데 30억달러쯤이야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외국 정부와 맺은 통화스와프는 위기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실탄이다. 금융위기 때 한국 경제가 꿋꿋이 버틴 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맺은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큰 힘이 됐다. 좋든 싫든 일본은 세계 2위의 외환보유국이며 엔화는 국제사회에서 기축통화로 통용된다. 우리가 가진 외환보유액(3281억달러·5월 말)만으로도 넉넉하다지만 비상금은 많을수록 좋다.

통화스와프 계약은 철저히 정경분리 원칙을 따라야 한다. 지난해 가을 한·일 양국은 모두 감정에 휩싸였다. 작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를 방문했고 이어 일왕에 위안부 사과를 요구했다. 두 나라 사이엔 긴장이 감돌았다. 이어 일본 언론에서 그해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570억달러 통화스와프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일본의 속좁은 행태는 다시 한국민의 감정을 자극했고 결국 570억달러 협정은 양국 합의 아래 없던 일이 됐다.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극우세력의 망언 릴레이를 고려할 때 현 상황은 10개월 전보다 나아진 게 없다. 기분 같아선 그깟 30억달러도 털어버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와 언론은 늘 한국 정부가 만기 연장을 '요청'하면 '허락'하겠다는 투로 나온다. 선진 경제대국답지 못한 이런 행태가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리더가 되지 못한 이유라는 걸 여전히 모르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일 통화스와프의 연장, 나아가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 미국은 출구전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FRB가 금리를 올리고 양적완화 정책을 거둬들이면 한국과 같은 신흥국에서 외국자본이 확 빠져나갈 우려가 크다. 통화스와프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돈이다. 위기 때 쓸 해외비상금마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좋지 않다. 현재 한·중 간에는 560억달러 상당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돼 있다. 반면 한·미 통화스와프는 2010년 기한 만료됐고 한·일 통화스와프는 푹 줄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전략은 통화스와프 정책에도 적용된다. 정부는 내부 검토를 거쳐 이달말쯤 30억달러 계약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냉정한 대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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