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규제가 자초한 10대 그룹 투자 감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27 03:07

수정 2014.11.04 08:40

기업 투자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기업경영 평가 업체인 CEO스코어가 10대 그룹의 올 상반기 투자실적을 들여다봤더니 36조7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39조2880억원)보다 8.2% 감소했다. 대기업 10곳 중 7곳에서 투자를 줄인 뒤끝이다. 대기업이 이 정도라면 국내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투자 의욕을 상실했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불황에 정부가 나서 투자를 독려해 군불을 때도 시원찮을 판에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이 온통 규제 투성이니 투자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지난해 7월 19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440건 중 82%(358건)가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것들이다.

공휴일을 빼고 나면 의원들이 하루에 한 건꼴로 기업 규제 법안을 만드는 데 매달린 셈이다. 가히 규제 생산 국회라 일컬을 만하다. 규제 법안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니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아노미에 빠진 형국이다.

이미 확정된 10여개의 법안만으로도 기업들은 투자할 맛을 잃었다. 일감 몰아주기 처벌을 강화한 공정거래법을 비롯해 등기 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정년 60세 연장을 의무화한 연령차별금지법과 같은 규제법은 기업 활동을 짓누른다. 최근에는 화학 사고를 일으킨 사업장에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물리도록 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만들어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었다. 여기에 정부까지 나서 국민연금으로 기업 지배 구조를 압박하고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마당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만일 기업의 경영권과 직결된 순환 출자 규제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같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의 여윳돈이 지분 조정하는 데 흘러들어간다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일자리창출과 소비촉진을 위해 설비 투자에 쓰여야 할 돈이 경제활성화와 무관한 경영권 방어에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설령 투자 여력이 생기더라도 국내 투자에 집중될지도 의문이다. 국내에서 기업하기 좋지 않은 이런 여건이라면 기업들이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는 건 상식이다.

대비하지 않으면 국내 경기회복에 겨우 살려 놓은 불씨가 영영 꺼진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10대 그룹 총수들과 오찬을 하기로 한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투자 활성화를 조성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큰 그림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