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개방화 시대, 낮은 세부담도 기업 경쟁력”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28 03:51

수정 2013.08.28 03:51

[특별기고] “개방화 시대, 낮은 세부담도 기업 경쟁력”

인류의 발명품 중에서 역사적으로 인류가 잘사는 데 도움이 된 무형의 발명품으로 '기업'을 들 수 있다.

기업을 통해 여유자본을 가진 개인들은 쉽게 투자할 수 있고, 창조적 에너지를 가진 경영진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투자자·경영진·종업원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생활이 윤택해진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동화 속에 나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은 기업은 생명체가 아니므로 절대 부자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인식구조는 기업을 부자와 혼동하는 것이다.

복지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제일 먼저 언급하는 방법이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다. 법인을 부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대중적 지지도 높다. 그러나 기업을 부자로 생각하고 법인세를 올리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것과 같다.

세계를 직시해야 한다. 개방화라는 환경은 주어진 것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적응뿐이다. 무한경쟁 속에서 조세경쟁도 치열하며, 이는 낮은 세부담으로 가는 경쟁이다. 기업은 세금 확보하는 대상이 아니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적 주체다. 그래서 법인세는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개방화가 시작된 1980년대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법인세율이 40%대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25% 수준이다. 세계가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의 살 길은 국제적 추세를 따르는 것이다.

한국의 법인세 수준에 대해 여러 가지 상반된 의견이 있다. 직관적인 지표로 대표적 복지국가인 스웨덴과 비교해 보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율이 3.5%로 한국과 같은 수준이다.

스웨덴이 우리보다 전체 세부담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수는 우리와 같은 수준이다. 스웨덴이 잘못된 것인가, 우리가 잘못된 것인가. 국가 간 법인세 부담을 낮추는 경쟁이 치열한 환경 속에서, 우린 법인을 부자로 생각하고, 법인세를 통해 소득재분배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져서 망하고 나면, 법인세수도 없고, 한국의 경제성장 엔진은 멈추고 만다.

법인세 정책은 우리 자식세대를 생각하면서 동태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린 현 시점만을 생각한다. 현재 분배구조의 심각성을 필요이상으로 과장해서, 단편적인 세금인상으로 해소하려 한다. 이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대중적 흥분이 뒷받침돼야 하며, 이를 유도하기 위한 효과적 전략이 집단을 양분화하는 것이다. 부자와 빈자, 갑과 을, 수도권과 지방 등으로 구분하면, 대중적 분노를 쉽게 이끌 수 있다. 기업을 부자그룹에 넣는 것도 값싼 대중적 분노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일부 재벌가족들의 일탈 행동을 강조하면, 추진력을 높일 수 있다. 성직자, 교수 등 사회지도층에서도 비윤리적 행동을 하는 개인이 있으나, 우린 개인을 비판하지 전체 성직과 교수직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벌가족에 대해선 일부 개인의 비윤리적 행동을 통해, 재벌집단 전체를 비판한다. 법인세 인상은 이러한 재벌에 대한 편향된 인식을 자양분으로 갖고 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법인세는 낮을수록 좋다. 법인세는 현재의 분배구조를 개선하거나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수단이어선 안 된다.
법인세는 미래 우리 자식세대의 먹을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부모세대인 우리가 국제흐름을 파악하고, 따라야 할 규범이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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