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다보스에서의 창조경제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26 16:57

수정 2014.10.30 03:18

[특별기고] 다보스에서의 창조경제

지난주 필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전 세계 경제, 정치,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 전 분야의 대표격 리더 2500여명이 모여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 일명 다보스포럼에 참가했다. 필자는 지난 수년간 글로벌 어젠다 카운슬의 의장 및 세계 화학산업 총수들의 모임에 특별자문위원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세계의 재편'을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 화두는 역시 '세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었다. WEF의 슈밥 회장은 2014년 글로벌 경제전망 서문에서 "우리는 줄어든 기대와 늘어난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말로 경제 전망의 문을 열면서, 세계는 낮아지는 성장률과 사는 법 (live with less)을 배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금 세계는 경제위기로부터 벗어나는 시점에 있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는 않다. 부의 불균형이라는 말도 몇 년 전 1%대 99%라는 비유로 "월가를 점령하라"는 모임 등으로 주목받았다.
높은 실업률과 청년 일자리 창출은 전 세계 모두가 겪고 있는 심각한 시스템적인 문제다.

현 정부는 이러한 시스템적인 일자리 창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비전으로 창조경제를 제시했다. 즉, 모든 사람 각각의 상상력과 창의적 아이디어에 기반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융합과 통섭적 접근법으로 새롭게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창조경제와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한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인 저성장, 높은 실업률, 소득 불균형을 해결하고 새로운 세계로 재편하기 위한 동력이 바로 창조경제라고 강조했다. 상상력과 창의력에 기반한 창업 생태계 조성,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의 혁신, 기업가의 창의적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 프레임의 혁신, 그리고 세계화를 통한 개방과 협력 강화의 네 가지 추진전략을 제시해 중간중간 큰 박수를 받았다.

이번 다보스포럼의 특징은 생명공학과 헬스케어, 에너지, 떠오르는 기술 등 유난히 과학기술 관련 세션들이 많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필자도 미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아이디어랩을 주관했는데, 새로운 아이디어에 기반한 신기술들이 소개돼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나노기술을 이용해 강철보다 강하면서도 99%가 공기로 차 있어 매우 가벼운 신물질들을 제조하는 기술, 게놈 정보를 이용한 다양한 헬스케어와 산업바이오 전략, 그리고 우리 몸의 진단을 위해 작지만 강력한 성능의 실험실을 칩 형태로 우리 몸에 넣어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기술 등 혁신적인 기술들이 소개됐다.

이러한 기술혁신은 박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말한 과학기술과 ICT의 융합에 의한 창조경제의 실현과 딱 맞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세션이 끝난 후 세션 참가자들 여럿이 필자에게 다가와 우리나라의 창조경제 추진전략과 성공사례 등을 묻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정부는 작년이 창조경제를 전파하는 한 해였다면 올해는 실질적으로 창조경제의 틀을 다지는 한 해를 만들 것으로 선언한 바 있다.


다보스에서 전 세계로 퍼뜨린 대한민국의 창조경제 씨앗이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 등 국민 모두, 더 나아가서는 세계 전체가 행복하고 잘살 수 있는 큰 과실로 돌아오기를 기원해 본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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