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휴대폰 시장에 자유를 주라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09 16:59

수정 2014.10.29 05:37

'비정상의 정상화' 가운데 국민 체감도가 가장 높은 게 뭘까. 휴대폰 보조금이 분명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게다. 한국 휴대폰 가입자수는 인구보다 많다. 전 국민이 하루 종일 손에 달고 산다. 보조금 시장은 난장판의 전형이다. 체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과징금을 물리고 영업정지를 때린다고 시장질서가 바로잡힐까. 어림없다.
심판(방송통신위원회)이 팔이 아프도록 레드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선수들(통신3사)은 콧방귀만 뀐다. 이번엔 미래창조과학부까지 거들고 나섰지만 과연 선수들이 얌전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변화는 최문기 미래부 장관의 최후통첩이다. 지난 6일 최 장관은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다시 불법행위가 나오면 제재 범위를 CEO 개인에 대한 처벌까지 연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사업정지 처분 위반자에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3년 이하 징역을 처할 수 있다는 전기통신사업자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통신3사 CEO들은 뜨끔했을 것이다. 정부의 제재수단 가운데 총수 또는 CEO를 오랏줄로 묶는 것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 윗분이 검찰을 들락거리면 기업에 비상이 걸린다. 기업들이 여론 무마책을 내놓는 것도 바로 이때다. 평소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조치가 나온다.

최 장관은 창조경제 사령탑이지만 점수는 별로 못 땄다. 이제 점수를 만회할 기회가 왔다. 'CEO 처벌'이 단순 엄포가 아님을 입증할 경우 최 장관은 고질적인 보조금 병폐에 메스를 댄 결단력 있는 장관으로 한국 통신사(史)에 길이 남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보조금을 온전히 시장에 맡기는 거다. 통신사들이 공짜폰을 주든 웃돈을 얹어주든 내버려두자는 것이다. 통신료도 각사가 제멋대로 매기도록 놔두자. 보조금을 덜 주는 회사는 통신료 인하로 경쟁하게 하자. 정부는 담합 여부만 지켜보다 칼을 들면 된다. 그 칼날은 매서워야 한다. 지금은 되레 정부가 요금제 허가제, 보조금 상한액 등을 통해 담합을 조장한다.

통신3사에 일제히 영업정지를 내려봤자 소용없다. 공범의식만 키울 뿐이다. 배짱에 맷집까지 두둑해졌다. 공연히 휴대폰 제조사와 영세 대리점주들만 죽을 맛이다. 소비자들도 불편하다. 통신3사만 속으로 웃는다.
보조금 마케팅 비용이 줄면 그만큼 이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략을 바꿀 때가 됐다.
CEO를 형사처벌하든 온전히 시장에 맡기든, 두 가지를 병행하든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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