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여성 차별의 벽, 대기업엔 없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6 18:11

수정 2014.10.28 07:13

한국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여성들의 눈부신 활약상이다. 교육계는 말할 것도 없고 법조, 의료, 문화, 체육계 등 우먼 파워가 명성을 떨치며 세계 속의 한국 위상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는 분야는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러나 예외적인 곳이 있다. 대기업들이다. 2013년 매출액 상위 20개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성별 직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19개사(대우조선해양 제외)의 전체 직원 중 여직원 비율은 평균 16.6%에 그쳤다. 2013년 말을 기준으로 한 이 비율은 10년 전인 2003년 말의 13.9%보다 고작 2.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사회 각 분야가 여성들에게 담을 낮추고 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에 비하면 대기업들은 여성에게 여전히 높은 벽으로 서 있었던 셈이다.

삼성전자(-4.1%포인트), 대우인터내셔널(-3.8%포인트), LG디스플레이(-2.2%포인트) 등 7개 기업의 여직원 비율은 오히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일자리에 인색한 대기업들의 채용 풍토는 승진, 고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10대 그룹 93개 상장사의 전체 임원 5699명 중 여성은 94명으로 1.65%에 머물렀다. 여성 임원을 전체 여직원 수(13만912명)로 나눈 비율은 0.07%에 불과, 여성이 임원에 오를 확률은 1430명당 1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자 직원들의 임원 승진 확률 1.13%(전체 남자 직원 49만3997명 중 5605명)에 비해 까마득히 뒤처진 것이다. 승진, 보직 경쟁 등에서도 보이지 않는 차별의 벽이 직장 내부에 존재할 수 있음을 이들 숫자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0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남녀 직원 비율과 부끄러울 정도의 여성 임원 숫자에 담긴 의미를 기업들은 잘 살펴보지 않으면 안된다.
대학진학률이 80%를 넘어선 지 오래고 2013년 대졸 취업률이 남성 59.7%, 여성 51.3%일 정도로 근접한 우리나라에서 왜 기업 현장의 직원 및 임원 비율은 유독 심하게 차이 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16일 국내 100대 기업의 상당수가 아직도 입사지원서에 신체조건, 부모의 학력과 직위 등 직무와 크게 관련 없는 개인정보들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 인력 활용의 구호만 번드르르하게 내건 채 서류전형의 문턱에서부터 여성들이 일할 기회를 막거나 차별을 두지 않았는지 기업들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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