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추락하는 1020세대의 신용등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07 16:59

수정 2014.05.07 16:59

금융회사와의 거래를 피할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신용등급은 품격에 가깝다.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지만 금융회사로서는 모든 고객을 동등하게 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준에 맞게 성실하게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쌓는 것만이 자신의 품격을 높이고 권리를 지키는 길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1020세대의 경제적 품격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코리아크레딧뷰로(KCB)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젊은 층의 신용등급이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50만명의 시기별 신용등급을 연령대별로 평균을 구한 결과 10대는 2008년 1·4분기 3.96 등급에서 2013년 1·4분기 5.44 등급까지 치솟았다.
20대는 2008년 1·4분기 5.14 등급이었으나 2013년 2·4분기 5.62 등급으로 평균 0.48 등급 악화되면서 전 연령대 중 신용등급이 가장 나빠졌다.

KCB의 신용등급은 1~10 등급으로 구성돼 있으며 고신용자(1~4 등급), 중신용자(5~6 등급) 저신용자(7~10 등급)로 나누어져 있다. 1020세대의 신용등급 악화와 달리 부모세대인 50대는 0.11 등급(4.47→4.36 등급), 60대는 0.18 등급(4.50→4.32 등급)이 개선돼 묘한 대조를 이뤘다.

1020세대의 신용등급이 급속히 악화됐다는 소식은 흘려 들을 일이 아니다. 능력 이상의 지출과 충동구매 등 본인 책임에서 비롯된 부분도 적지 않겠지만 과중한 학비와 취업난, 빈부격차 등 외부 환경이 초래한 것도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등록금의 경우 한국장학재단의 대출 잔액은 2010년 4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9조3000억원까지 가파르게 늘었다. 특히 대출 연체율은 작년 9월 말 현재 3.2%로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 0.9%의 3.6배에 달해 대학 문을 나서고도 일자리가 없어 돈을 갚지 못하는 젊은이가 적지 않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용등급 악화는 물론 본인들의 1차 책임이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 부모 세대도 이를 그냥 놓아둬서는 안 된다.
나라와 본인의 건전하고도 건강한 경제 활동을 위해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20대의 취업률(2013년)이 50%대 중반을 턱걸이하고 상당수 젊은이들이 88만원 세대의 굴레에 묶여 있는 한 이들의 신용등급은 내리막길을 더 내달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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