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KB금융의 추락, 더 이상은 안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29 16:38

수정 2014.10.26 23:25

국민은행이 30일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를 연다. 주전산기기 교체를 둘러싼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간의 갈등이 밖으로 터져 나온 지난 19일 이사회 이후 열하루 만의 일이다. 이에 앞서 이건호 은행장과 정병기 감사는 전산시스템을 IBM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바꾸기로 한 은행 이사회 결정이 잘못됐다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었다. 이사회에서 채택을 거부당하자 지주사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요청, 검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KB금융그룹의 집안싸움은 이사회 결과에 따라 봉합 수순을 밟으며 슬그머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이고도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KB금융의 추한 모습이다.

만신창이 KB금융의 현주소에는 우리나라 금융계의 고질병이 종합선물세트 식으로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뒷걸음질치는데도 위에서는 낙하산 인사와 편 가르기가 판을 치고, 밑에서는 이 틈을 탄 비리와 부정의 독버섯이 소리 없이 퍼져왔기 때문이다.

KB금융은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을 하나로 합쳤을 때만 해도 국내 1위, 세계 100대 은행에 가볍게 이름을 올렸다. 메가 뱅크를 자랑하며 국내 금융계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13년이 흐른 지금 KB금융의 자부심과 꿈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부정적 시각이 더 많다고 해야 옳다. 지난해 말 기준, 약 390조원에 달한 KB금융의 총자산은 1위였던 우리금융지주가 경남·광주 두 지방은행을 떼어낸 덕에 선두가 됐지만 수익면에서는 경쟁사에 까마득히 뒤진다. 2013년 중 1조9028억원의 순익을 올린 신한금융지주에 비해 KB는 1조2605억원으로 66% 수준에 머물렀다.

KB금융의 추락은 보는 관점에 따라 원인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업자득의 결과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관치금융의 배경을 업은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의 알력, 반목이 되풀이되면서 KB금융은 내부 기강과 통제력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지 오래다. 대형 사고가 터졌다 하면 십중팔구 'KB'이름이 들어가고 직원이 연루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국민주택채권 위조와 도쿄 지점의 횡령·자살 및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등 신용 사회를 망치고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에 먹칠을 한 큰 사고가 올 들어서도 줄줄이 이어졌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30일 이사회가 다뤄야 할 안건은 전산시스템을 둘러싼 갈등만이 아니다.
진짜 화급한 것은 KB금융을 바로 세우고 환부를 도려내 건강한 체질로 탈바꿈시킬 처방을 찾아내는 것이다. 집안싸움으로 금감원의 개입과 여론의 비난을 자초한 경영진은 물론 그룹 차원의 반성과 새 각오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사고와 내분으로 얼룩진 KB를 바라보며 고객들의 가슴속에선 오늘도 분노의 씨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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