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9월 경제위기설의 실체/황진우 대한생명 경제연구실 상무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04 17:27

수정 2014.11.06 02:43

우리 경제에 다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어제 오늘 언론매체나 인터넷 게시판들을 보면 최근 며칠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인하여 상반기부터 제기돼 왔던 ‘9월 위기설’이 힘을 얻고 있고 더 나아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의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9월 위기설’이란 9월 중에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의 만기가 집중돼 있는데 최근 추세로 보아 환매가 일어날 공산이 크고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생각보다 충분하지 않아 위기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이다.

사실 문제가 되는 외국인 보유 만기채권은 67억달러로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247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놓고 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으로 보인다.

물론 외환보유고의 구성이나 실제 사용가능 액수에 대해서는 정부와 외국 분석가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있으나 정부의 숫자가 맞다면 채무불이행 사태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9월에 들어와 첫 사흘 동안 환율은 그간의 급등세를 이어가며 달러 대비 무려 14.5원 오른 1148.5원으로 수직상승했고 주가는 장중 1400 이하로 폭락하고 국채 금리도 한때 6%대로 오르는 공황에 가까운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이유를 설명하자면 단순한 위기설 이외에도 현재 어려운 경제상황을 들 수 있다. 실물경제를 보면 고유가가 지속되고 세계경기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둔화되는 수출과 정체된 내수로 국내 경기의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면에서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도 신용경색이 확산돼 국내 금융기관이 외화유동성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경상수지 및 자본수지의 적자로 외화유출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자금사정을 봐도 경기침체로 현금흐름이 저조한 상황이고 설상가상으로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섰던 일부 기업들의 자금위기설이 퍼지고 있다.

물론 이는 좋지 않은 상황이기는 해도 곧 경제위기로 넘어갈 국면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경제위기설은 꾸준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위기심리는 현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경제위기설이 힘을 얻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하나는 그 외면적인 유사성일 것이다. 환율급등, 경상수지 적자, 경기침체, 주가하락, 대기업 자금위기, 외국의 금융위기 등 최근 일련의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실제로 당시 상황 전에 벌어졌던 사건들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외면적으로는 비교적 유사한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신뢰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당시 바로 직전까지도 위기는 없다던 정부를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현 정부의 위기설 부인을 못미더워하는 부분이 있다. 현 정책당국도 당시 외환위기 직전의 환율대응을 연상케 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어 좀처럼 신뢰를 주기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금융위기가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크게 좌우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않고서는 위기설을 잠재우기 어려울 수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9월 위기설’의 실체와는 별개로 우리 경제에 위기요소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거론했듯 경제상황이 크게 악화되고 있고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에서 빚어진 부작용이 위기 국면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서브프라임 위기를 불러왔듯 우리나라에서는 건설업 프로젝트 파이낸싱, 중소기업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상승하는 등 금융위기의 불씨가 될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다.

정책당국은 조속히 신뢰를 회복하고 위기의 단초가 될 만한 부실요인에 대해 신속히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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