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자연방사성 물질의 불안감/조승연 연세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9 17:03

수정 2014.11.07 10:26

요즈음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다거나 지하철에 라돈 농도가 높다고 하는 등 방사성 물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왜 ‘방사성 물질’이란 말에 민감한가. 아마도 인류가 경험한 핵폭발 사고에서 연상되는 방사선의 강력한 파괴력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체들은 항상 자연방사선에 노출돼 있다. 자연방사선은 우리들의 몸이나 공기, 흙, 시멘트, 지하수 등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으로 우리는 생활 주변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방사선에 피폭되고 있다. 그 중 섭취하거나 호흡기로 흡입하거나 상처 난 피부를 통해 들어가는 내부피폭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연방사성 물질로 인한 인체 피폭의 55% 정도를 차지하는 라돈은 세계보건기구에서 폐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정하고 있어 주의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라돈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실내 공기 중에 존재하는 라돈에 의해 연간 2만명 정도가 폐암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 수치와 버금간다. 하지만 지하수 중 음용수에 존재하는 라돈에 의한 암 사망자 수는 연간 168명 정도이다. 즉, 음용수에 존재하는 라돈이 암을 일으킬 확률은 거의 무시해도 될 수준이다.

이렇게 라돈이 존재하는 공간에 따라 위험률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돈은 기체 상태의 휘발성 물질로 3.8일이 지나면 그 고유 성질의 반이 없어진다. 즉 라돈은 3.8일 만에 그 반이 붕괴하여 고체상태의 새로운 자손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성한다. 이들은 공기 중의 먼지에 부착돼 기도를 통해 폐로 유입되고 폐 기저세포에 방사선 피폭을 일으켜 폐암을 유발한다.

하지만 지하수에 존재하는 라돈은 그 농도가 아주 높을지라도 우리가 그 지하수 옆에서 항상 호흡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영향이 미미하다. 따라서 공기 중에 존재하는 라돈은 우리 건강을 위협하지만 지하수 내에 존재할 때는 크게 우려할 수준이 못된다.

최근 국내조사 결과 일부 음용 지하수에서 라돈 농도가 미국의 먹는 물 기준치를 수십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이를 접한 많은 국민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연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농도뿐만 아니라 폭로되는 시간과도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평소 음용하는 양의 수준이나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볼 때 그 위험성은 크지 않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라돈은 매일 17% 정도 그 양이 줄어드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미국에서 지하수 내의 라돈 수준을 가이드라인으로 관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하수에 존재하는 라돈이 주변 실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라돈이 실내 공기로 유입되면 우리는 끊임없는 호흡으로 인해 라돈의 위험으로부터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음용지하수에 폭기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 라돈의 농도와 그 폭로 시간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실내환경에 존재하는 라돈의 감시와 관리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실내 라돈관리 종합대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토양, 지하수, 실내환경을 포함한 3차원적인 라돈지도 작성 등 라돈관리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아울러 이를 통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점차 선진화돼 가는 국민의 환경의식 수준도 충족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자신의 건강을 위해 자신의 공간과 사용하는 지하수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의 수준을 스스로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정부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생활주변 방사선 관리에 앞장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지속가능하고 실행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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