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포럼] 여성을 국가성장 동력으로/이인식 여성부 차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6.08 18:55

수정 2014.11.07 02:24

얼마 전 기업 여성임원들의 워크숍에 참석해 신선함과 동시에 무거운 마음을 느낀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이름 있는 기업들에 여성임원들도 있구나 하는 반가움과 아울러 이 자리에 오기까지 그들이 얼마나 많은 ‘풍상’을 겪었을까 하는 생각이 무게 있게 전달돼 왔기 때문이다.

최근 여성 법조인이 늘고 여교사도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환경은 아직도 여성이 일하기에는 ‘프렌들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6년을 기준으로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4.8%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의 69.3%, 덴마크의 76.7%, 호주의 82.9%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는 상당수 여성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에 임신·출산으로 인해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M커브’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상승했던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전반에 이르러 ‘M커브’가 사라진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60.2%)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82.3%, 2005년)과 큰 격차가 있으며 임신·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후 재취업을 포기하는 ‘L커브’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2007년 기준으로 82.2%(남성은 83.3%)임을 감안할 때 고학력 여성인력의 저활용 문제는 노동시장에서의 수요·공급 간 미스매칭 현상과 아울러 시급히 극복해야 할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한 자산인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인력활용 효율화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우수한 잠재노동력인 여성들을 어떻게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경제성장의 핵심과제가 될 것이다.

여성 고용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성과도 높고, 책임과 직위가 높은 직무의 여성 비율이 높을 때 경영활동의 재무적 성과가 높다는 점을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연구 결과(2007년)는 실증적으로 밝히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인사 및 조직관리에 여성친화적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우수인력도 확보하는 추세다. 이런 연구 결과와 사례들은 여성인력의 전략적인 활용과 양성이 기업 입장에서도 절대적으로 시급한 과제임을 시사한다.

여성인력의 노동시장 유입을 위해서는 출산·육아 등의 사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또는 미취업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마련하고 공공부문이나 사회서비스분야 등 고용흡수력이 높은 분야를 발굴, 집중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저부가가치 서비스부문의 여성 고용비중은 과다한 반면 사회서비스, 특히 보건·의료 복지분야의 비중은 크게 낮으므로 앞으로 이런 고부가가치 업종의 여성 고용창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를 고도화해 지식·정보에 기반을 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여기에 다양한 분야의 고급 여성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들의 사회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사회적 지원체계를 개편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여성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여성이 원하는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고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추진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경력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이 제정돼 경력단절 여성, 전업주부 및 미취업 여성을 위한 정부의 취업지원사업이 크게 탄력을 받게 됐다.

일하고 싶은 여성들에게 취업지원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게 될 ‘여성 다시일하기센터’를 전국적으로 확충(2012년까지 100개소)해 나가는 한편 양육서비스의 양적 확충과 질적 향상을 동시에 추구,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정부는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 스스로 남녀가 함께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를 조성해 나가도록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

구글, IBM, P&G 등의 글로벌 스탠더드화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선도적 기업에서는 이미 핵심 성장동력으로서의 여성인력 확보를 위해 남녀의 성별 구분을 넘어서는 기업문화 정착에 노력해 왔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생존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남성 위주의 전근대적 낡은 풍토를 ‘남녀가 함께 일하기 좋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글로벌 문화로 시급히 전환, 우수한 여성인력을 많이 확보해야 할 것이다. 시장에는 남녀가 따로 없다.
오로지 ‘일꾼’이 있을 뿐이다.

정부는 앞으로 미래사회의 심각한 노동력 부족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해 나아갈 수 있는 여성인력 개발과 활용을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여성인력 활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남녀가 함께 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