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뉴IT는 미래로 가는 첩경/이상철 광운대 총장·전 정통부 장관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11 17:01

수정 2014.11.07 11:45

최근 “정보기술(IT)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부정적 견해로 IT를 푸대접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IT산업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IT분야 지원을 꺼리는 현상이 뚜렷할 정도다.

그러나 IT는 우리 산업 최고의 기술 분야이면서 우리나라를 단군 이래 최고의 부국으로 만들었던 품목이다. 그리고 전 세계가 금융위기에 몰려 있는 지금은 IT에 새 힘을 불어 넣어야 할 적기다. IT에는 분명히 새로운 미래를 여는 강력한 엔진이 있다. 그 엔진은 바로 융합되고 지능화된 ‘뉴 IT’에서 찾을 수 있다.

IT는 다른 분야와 융합할 때 강력한 시너지가 생기고 서로의 가치를 더 키울 수 있다. 자동차, 조선, 환경, 에너지는 물론이고 심지어 금융과도 융합해야 한다. 간혹 기존시장이 IT에 잠식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기존의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생기는 기우다.

시장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고객이다. 고객들은 언제나 새롭고 값싸고 질 좋은 가치를 받기 원한다. 그 가치는 바로 IT가 가장 손쉽게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다.

자동차에 IT가 접목되면서 자동차의 가치가 훨씬 커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IT는 ‘만남’을 통해 새로운 형태와 가치를 만들어 낸다. 진실과 계시의 순간이라는 ‘미디어 이종교배’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IT의 또 다른 미래역할은 기존 시스템에 ‘지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전력 송·배전 시스템을 IT를 이용한 지능형 시스템으로 바꾸어 막대한 전력을 절약할 수 있었다는 보고가 있다. 또 전 세계의 의료시스템이 서로 연결되고 환자와 병원들의 정보가 공유될 수 있다면 환자들이 세계 어디에 있건 훌륭하고 정확한 의료서비스를 훨씬 적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의 환경변화, 기후 및 에너지에 대한 정보가 서로 교환된다면 환경과 기후 변화에 다이내믹하게 적응할 수 있는 최적의 ‘그린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인터넷데이터센터(IDC)들은 엄청난 양의 서버를 보유하고 있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데이터들이 빛의 속도로 드나든다. 그 데이터들의 출입을 모니터하면서 서버의 최적 위치를 찾아내 재배치한다면 막대한 양의 전력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지능화’된 IT는 기존 IT의 제한성을 뛰어넘어 새로운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첩경이다.

융합되고 지능화된 ‘뉴 IT’를 탄생시키는 것이 바로 정부와 대학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는 IT를 미래 성장의 지렛대로 삼아 IT 융합 및 지능화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대학 또한 학문의 벽을 허물고 과감히 IT와 융합 연구를 시도해야 한다. 관련 학과 10여개가 모여 IT와 환경, 에너지, 자동차, 조선, 미디어, 교육 등이 융합된 새로운 가치의 학문을 창출하고 그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새로운 지능 시스템들을 도출해야 한다. U-캠퍼스는 IT와 미디어, 교육 과정, 디스플레이 등 관련 학과들이 모두 힘을 합쳐야 가능하다.

인터넷TV(IPTV)라는 뉴 미디어에 부응하는 좋은 서비스들이 아직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융합적인 사고의 접근이 없었기 때문이다. 통신 사업자들이 ‘나만의’ 콘텐츠, 네트워크, 고객이라는 폐쇄적이고 고정된 관념을 깨고 ‘개방된’ 콘텐츠, 네트워크, 고객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융합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넓은 시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뉴 IT’가 차리는 ‘전 세계’라는 식탁은 평평(flat)해서 온 인류가 한 테이블에 앉아서 만찬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전 세계가 금융 위기 공포 속에 내몰려 있지만 IT가 전 지구적 네트워크 속에서 지능화된다면 이런 종류의 위기는 충분히 예측되며 그 해결책까지 보여줄 것이다.

IT는 온 인류가 다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축제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시간을 앞당겨주는, 미래로 가는 유일한 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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