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IPTV 활성화를 위한 제언/유필계 LG경제연구원 부사장·경영학박사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04 18:04

수정 2009.03.04 18:04

뉴미디어의 대표 주자격인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이 실시간 방송을 시작한 지 3개월째 되어가고 있다. 비록 초기라고는 하나 성적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새로운 서비스로서 어쩔 수 없는 초반의 부진인가 아니면 성패의 기로에 있는가. 이제는 소비의 트렌드가 된 이동전화의 경우도 1984년 시장에 나온 후 처음 몇 년간은 무선호출사업이 그 적자를 대신 메워주었다. 반면에 발신전용전화(CT-2) 서비스는 1997년 많은 사업자가 야심차게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제대로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IPTV는 어떤 경로를 갈까.

IPTV의 미래는 당연히 그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을 놓고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느냐에 따라 상당 부분 좌우될 것이다. 그러나 사업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시장에서 타 사업자와 대등한 경쟁력을 가지기 힘든 원천적인 장애요인이 있다면 다시 말해 복제나 획득이 대단히 어려운 생산요소가 있다면 그 경쟁은 공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활성화되기도 어렵다.

어쩌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IPTV 사업에서도 그것의 해소가 IPTV 서비스의 활성화와 소비자 복지를 위해 필요한 생산요소가 있다. 바로 가입자망과 방송 콘텐츠다.

흔히 시내 망으로 불리는 전화국에서 가입자 댁까지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인 가입자망은 통신관로나 전신주 등의 포설이 어려운 이유로 후발 사업자가 획득하기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이를 학자들은 ‘경제적 병목(economic bottleneck)’ 설비 또는 필수설비라고 부른다.

우리의 경우는 KT가 과거 100여년간 이 설비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전체의 90%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시내전화의 시장 점유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설비를 KT가 온전히 자사의 서비스에만 사용하고 타 사업자에게는 빗장을 걸어 놓는다면 경쟁이 쉽지 않게 된다. KT와 KTF의 합병과 관련해서도 이 가입자망 부분이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IPTV에 있어서도 가입자망은 서비스 제공에 필수설비이고 KT외 후발사업자는 획득이 결코 쉽지 않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건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IPTV에서 방송콘텐츠도 가입자망과 유사한 경쟁 제한 요소이다. 방송콘텐츠의 경우 망 운용사업인 통신사업과 달리 콘텐츠 운용사업인 방송사업의 특성상 어쩌면 가입자망의 문제보다 더 결정적일 수도 있다. 방송콘텐츠는 오랜 노하우가 필요한 문화상품이다. 돈이 있다고 누구나 쉽게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선발사업자가 어떤 형태로건 우월한 입장에서 인적, 물적 생산요소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선발사업자가 유통망을 장악하고 빗장을 걸어 놓고 제공하지 않거나 용인할 수 없는 약탈적 가격의 지불을 요구하면 후발 사업자에게는 ‘경제적 병목’이 될 수 있다.

각국의 규제기관도 이런 경쟁 제한적인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나라마다 시장 상황에 맞는 여러 종류의 규제제도를 두고 있다. 규제제도의 대표적인 예를 들면 ‘가입자망 세분화’(Local Loop Unbundling:가입자망을 가진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게 신규 사업자에게도 자사 사용 시와 동일한 조건으로 가입자망을 제공하는 의무를 부과함), ‘콘텐츠 동등 접근규칙’(Program Access Rule:특정 방송사업자에게 방송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사업자는 타 방송 사업자에게도 가격·기간·조건 등에서 차별 없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의무를 부과함) 등이다.

우리도 이런 규제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현재의 규제에 대해 지배적 사업자는 경쟁조성에 충분하다고 보는 반면에 후발 사업자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서비스 확산 부진의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사안은 사업자간에는 어차피 상반된 주장이 나온다. 규제 당국의 판단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의 IPTV의 부진이 서비스 개시 초기에 겪는 일시적 어려움인지, 경쟁에 원천적인 제약이 있는 즉, 시장 실패의 요인에 따른 부진인지 규제 당국은 시장을 사려 깊게 관찰해야 한다. 그 결과 필요하다면 과감히 시장 실패요인의 수정에 나서야 한다.



IPTV는 단순히 기존의 방송콘텐츠를 또 하나의 다른 전송수단으로 보는 서비스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각종 공공서비스 제공 수단이 됨은 물론 사교육비 절감에도 기여할 것이며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 역할도 기대된다.
IPTV 활성화를 위한 규제 당국의 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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