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MB정부의 지역균형발전/황기연 한국교통연구원장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20 16:46

수정 2009.05.20 16:46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에 따르면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중력으로 인해 아래로 떨어진다. 무게가 무거울수록 떨어지는 속도가 가속화된다. 이러한 원리를 수평적인 공간에 적용한 것이 공간성장 현상을 설명하는 중력모형이론이다.

도시의 인구가 많거나 경제활동의 기회가 많으면 중력이론에 의해 구심력이 커져서 주변도시로부터 발생하는 교통수요를 보다 많이 견인해 도시가 성장할 수 있는 일차적 조건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도시의 구심력은 교통 여건에 따라 변화한다. 도시간 거리가 멀어지면 구심력이 약화되고 대신에 고속철도와 같은 빠른 교통수단의 건설로 도시간 통행시간이 짧아지면 커지게 된다.

결국 중력모형이론의 핵심은 도시나 지역의 성장은 도시의 경제활동인구 규모와 교통의 접근성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도권으로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되는 현상은 중력이론을 이용하면 쉽게 설명될 수 있다. 이미 인구와 고용시장이 큰 수도권에 고속도로, 고속철도와 같이 빠른 교통시설이 집중되면서 수도권의 구심력 다시 말해 빨대 효과가 극도로 상승했고 이는 새로운 인구를 전국적으로 유인했다. 인구 유인과 이로 인한 경제활동 증가는 교통혼잡을 야기시키고 이를 해소키 위한 새로운 교통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구심력을 상승시켜 인구 유입이 재촉진됐으며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현재와 같은 초대형 메가로폴리스로 발전됐다고 할 수 있다.

중력이론에 의하면 특정 지역의 비대화를 막기 위해서는 토지이용 규제를 통해 경제활동인구를 줄이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해당 지역으로 교통 접근성을 상대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있다. 이제까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 정비법으로 대표되는 토지이용 규제에 집중되었고 수도권으로 교통 접근성을 조정하는 데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경부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경부고속전철, 인천신공항 등 신속함을 강조하는 수요 추종형 교통 투자의 지속은 수도권으로의 빨대 효과를 키워 토지이용 규제의 효력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경부고속철도 건설로 대구 경제가 침체된 것이 그 분명한 예다.

이명박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핵심전략은 5+2 광역경제권의 공간적 틀 속에서 전국의 4대 강을 정비하고 KTX 경제권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지역균형정책이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고 지방의 유휴지를 활용해 혁신, 기업도시를 건설하는 등 도시 규모에 영향을 주는 토지이용 전략에 방점이 있었다면 현 정부의 정책은 그동안 지역균형발전 정책에서 간과되었던 수로와 철로와 같은 친환경적 교통축을 기반으로 한 지역발전 정책을 추진한다는 데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지역발전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4대 강 사업은 수로를 정비하는 교통사업이지만 기존의 대규모 교통사업이 수도권 지향적이고 속도 지향적이었던 반면에 이 사업은 수도권과 연계되지 않고 속도가 느린 특징을 갖고 있다. 빠른 교통망은 중력이론에 의해 규모가 작은 도시가 큰 도시로 흡수되는 빨대 효과를 촉진시키지만 수로와 같이 느린 교통망은 경쟁열위 도시의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잘 보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수로변을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의 개발 사업은 수도권으로 구심력의 영향을 벗어나 지역에 안착될 가능성이 높고 수변공간에 어울리는 지역특색을 살린 개발이 이루어지면 지역 불균형을 해소시키는 효과적인 정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KTX의 경우 지구온난화에 대응한 교통시설로 반드시 투자해야 할 사업임에도 경부·호남 KTX 모두 교통축이 수도권과 연계되어 있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수도권의 구심력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러나 KTX 역세권별로 지역특색을 살린 규모 있는 개발이 이루어지고 지역 성장의 거점으로 전략적으로 육성된다면 수도권의 구심력이 지역별 거점 역세권별로 분산되어 전국이 균형적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전 정부들에서 추진했던 수도권 규제와 신도시건설로 대표되는 토지이용 중심의 지역균형발전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전략이 토지 이용 중심에서 교통축 중심으로 전환된 것을 주목하게 된다.
전략 수정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획기적 전기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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