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공짜폰이냐? 요금 인하냐?/김창곤 건국대 석좌교수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0.19 17:03

수정 2009.10.19 17:03

얼마 전 이동통신사들이 요금을 인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가입비를 내리고 장기사용자의 요금을 할인하는 한편, 데이터통신 요금을 대폭 인하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번 요금인하로 가구당 월평균 7330원 정도의 가계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되고 1년간으로 따져보면 총 1조5000억∼2조원 정도 통신비가 절감될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내어 놓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결과다.

이번 요금인하의 가장 큰 특징은 장기계약자 할인 요금제의 도입이다.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 장기계약자에게 단말기 보조금 대신 요금을 대폭 싸게 할인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시민단체나 소비자단체는 왜 기본료나 통화료와 같은 기본이 되는 요금 자체를 직접 내리지 못하고 몇 푼 안 되는 가입비나 장기 가입자 요금만 내리느냐고 불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이동전화 요금은 통화량이 적은 사람일수록 비싸다고 하는데 왜 이들에 대한 배려는 없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동통신사들은 왜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가. 몰라서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이동통신사들 입장에서는 요금인하도 좋지만 공짜폰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동전화를 새로 가입할 때 휴대폰을 거의 공짜로 받는다. 이동통신사들이 자기회사 가입을 전제로 수십만원 하는 휴대폰을 가입자들에게 사서 준다. 여기에 투입되는 돈이 매년 수조원에 달한다. 이동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단말기 보조금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만큼 통화요금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수조원을 공짜폰으로 뿌리는 소위 휴대폰 보조금으로 쓰면서는 요금을 내려 줄 여력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입장도 쉽지만은 않은 듯 하다. 국민의 이동전화 요금인하 요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다가 정치권에서도 요금인하를 수차례 천명한 바 있어 여간 부담이 되는 게 아닌 듯 하다.

그러나 막상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요금인하가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되지가 않는 것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막대한 휴대폰 보조금이 과감한 요금 인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SK텔레콤의 초과 수익을 거론하며 요금인하를 주장하지만 후발 사업자의 여력을 감안하지 않은 요금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체 시장의 실패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이동전화는 현재 3사 경쟁체제이지만 경쟁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후발 사업자가 어렵게 되면 요금정책 차원의 문제보다 훨씬 더 큰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장기계약자 할인 요금제다. 장기계약 사용자에게는 공짜 휴대폰을 줄 필요가 없고 그렇게 되면 이통사로서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게 되니 그만큼을 이들 이용자들에게 할인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으로 골치를 앓던 사업자와 규제당국이 해결책의 하나로 제시하는 새로운 시도다. 소비자들의 성숙된 반응을 기대하면서 내어놓은 일종의 타협안이기도 하다.

이제는 소비자가 선택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공짜폰을 받으면서 좀 비싼 요금을 감수할 것이냐. 아니면 휴대폰 보조금을 최소화하고 요금을 실질적으로 내리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소비자들은 또 다른 대안을 원하는 것일까.

미국에서는 휴대폰으로도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를 이용하는 길이 열렸다고 한다. AT&T가 자사의 3세대 이동통신망에 아이폰의 VoIP 어플리케이션 접속을 허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를 두고 휴대폰 음성통화의 공짜 시대를 여는 전조라고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혹시 공짜폰과 공짜 통화가 아닐까. 그런 시대는 과연 불가능한가. 그건 과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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