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거품없는 녹색성장을 위하여/한민정기자

한민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25 17:42

수정 2014.11.07 09:50



코스닥시장은 늘 테마가 끊이지 않는 시장이다. 상장사의 규모가 작다 보니 이리저리 쏠림도 늘 있었다.

요즘에는 ‘녹색 성장’이 그 핵심에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당선 직후부터 꾸준히 거론되던 녹색성장 테마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 산업 계획과 함께 폭발력을 나타내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녹색, 그린, 천연 등 비슷한 느낌만 드는 신규 사업이 발표되면 해당 종목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주가가 치솟는 등 지지부진한 장세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녹색 거품이 아니냐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이번에는 단연코 다르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정보기술(IT) 거품과 달리 단순히 사업계획서만 가지고 주가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신사업에 투자했고 결과물이 나오고 해외로 수출을 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는 것이 그 반박 이유다.

녹색산업이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에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을 것이다. 자원들은 언젠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고 유한한 자원을 우리가 다시 재생산하지 못하는 만큼 다른 대안을 찾아야만 한다. 풍력, 태양광 등 미래에 에너지를 대체할 수단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기업의 화두인 ‘지속 성장 가능’한 분야가 녹색 산업임은 맞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기업의 지속 성장 가능한 원동력이 될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IT 버블이 이제 와서 얘기하니까 버블이지 당시에는 그것이 모든 기업을 살려줄 ‘지속 성장 가능’ 분야라고 믿었다. 탄탄한 중견기업들이 뜬금없이 ‘테크’나 ‘닷컴’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대기업들은 인터넷 비즈니스 업체를 신설하거나 인수하는 것이 대세였다.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시대에 뒤떨어졌고 적은 자본금으로 무한대의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야말로 시대를 선도하는 산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덕택에 이제 인터넷을 위시한 각종 IT 산업은 우리 곁에 친숙하게 다가왔으나 그 과정 중에 수많은 기업과 직원들이 인터넷 열풍 속에서 사그라졌다.


요즘 수시로 녹색 성장 관련 사업을 공시하거나 홍보하는 코스닥 기업들이 많다. 사상 유례가 없다는 세계적 경제 위기에 지속 성장을 고민하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 코스닥 기업이 필요한 것은 ‘남들이 생각하는’ 좋은 사업이 아니라 내 몸에, 내 체질에 맞는 사업이다.
남의 성장 가능 사업이 꼭 나한테도 성장 가능한 사업이라는 보장은 없다.

/mch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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