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걱정되는 정부의 IT정책/임정효 정보미디어부장

임정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02 17:48

수정 2009.04.02 17:48



“이명박 정부에서 IT 죽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정보통신부 시절 사업 독점권을 받아 편하게 지냈던 그룹들이다.”

지난 3월 31일 청와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한 말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정보통신(IT) 산업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고조되자 ‘이젠 못누리게 된 이전의 특권이 그리워 떠드는 헛소리’라며 한 방 날린 것. 아마 거대 기업인 통신업계를 겨냥한 말인 듯하다. 당장 반발하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사실 오늘의 세계 최고 IT는 정부의 특혜로 된 게 아니라 통신업계와 정부, 연구소, 민간이 혼연일체가 돼 고생한 결과물이다.

어쨌든 곽 위원장의 말은 통신업계를 바라보는 현 정부의 시선이 함축된 표현이란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IT정책 기조가 앞으로도 통신업계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란 점은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 이 말의 톤이 워낙 높다보니 더 중요한 그 뒷말이 묻히고 말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서비스 망은 발달했지만 문화콘텐츠는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방송·통신의 융합과 문화 콘텐츠산업 육성을 강조했다.

방송통신 융합의 대표적 결과물은 인터넷TV(IPTV)다. 현 정부가 IPTV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앞으로도 IPTV 산업 키우기에 계속 올인할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MB정부, IPTV에 올인

그러나 이게 사실이라면 이명박정부의 IT정책은 정말 걱정된다. 이미 IPTV는 신성장동력 역할은커녕 산업으로서의 가치에서조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IPTV가 육성해야 할 산업이라 하더라도 산업으로서 역할을 하기엔 지나치게 이르다.

IPTV는 다양한 IT 기술이 적용되고 초고속인터넷망을 탄다는 점에선 IT이지만 근거시장은 방송시장이다. 내용면에서도 IPTV는 디지털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다. 케이블TV업계와 좁은 방송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만큼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콘텐츠 확보 문제는 IPTV업계의 골칫거리다. 가입자 수는 미미한데 IPTV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수준은 장난이 아니다. 고급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큰 부담인 것. 더구나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공중파방송 콘텐츠 공급조건 협상은 아직도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

현실 떠난 정책,후유증 심각

이처럼 망 확충 및 업그레이드, 콘텐츠 확보 등 투자비는 엄청난데 비해 수입은 쥐꼬리만한 가입자 요금을 빼고는 아직 확보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가입자가 빨리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실시간 IPTV 가입자 수는 최대 업체인 KT도 12만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IPTV는 성장동력 역할은 꿈도 못꾸는 형편이다. 대신 초고속인터넷과 결합시켜 파는 덤 마케팅상품 역할이 핵심 임무가 됐다.

여기다 마음이 바쁜 정부는 전국 각급 학교에 IPTV를 설치, 과외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공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IPTV업계로선 부담 때문에 죽을 맛이다. 눈치를 보느라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 주관 부처인 방통위 조차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이런 형편에 정부가 기대하는 콘텐츠산업 육성이나 고용창출 효과가 나올리 만무하다. 인력 고용도 ‘알바생 고용 효과뿐’이란 말이 나오는 형편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이런 전후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청와대뿐인 것 같다는 사실이다.


사업은 정부의 몫이 아니고 기업의 몫이다. 수익이 없는 사업으로 정부는 성장동력을 만들려 하고 있으니 그 장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IT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후유증만 키우게 된다는 걸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lim648@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