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IPTV 교육,신뢰가 우선/정상균기자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13 17:00

수정 2009.04.13 17:00



지난달 지방에 사는 고등학생 A군(16)은 한 인터넷 TV(IP TV)로 EBS 공부를 하다 난감한 일을 겪었다. 1년짜리 교과 과정이 진행되는 도중에 갑자기 EBS 서비스가 중도에 중단된 것. 중단된 이유를 묻자 “EBS 고교 콘텐츠의 이용자 수가 너무 적어 계약 기간이 2월 말에 종료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A군은 “새학기 들어 IP TV의 주문형비디오(VOD)로 틈틈이 시간날 때마다 공부할 요량으로 국어, 수학 등 EBS 교재 8권을 샀다”며 “공부하던 중에 갑자기 중단되니 황당하다”고 했다. 물론 IP TV 사업자들은 프로그램이 종료될 경우 1주일 전에 고지만 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나 IP TV 사업자들이 그 동안 IP TV의 ‘가정교사’ 역할을 강조해 온 점을 감안하면 결정 과정이 경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공공교육 기능의 강화를 위해 전국 1만1000개 초·중학교 24만개 교실에 내년 초부터 IP TV를 설치한다.
바로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정부예산 450억원을 들이는 ‘스쿨 IP TV’ 사업이다. IP TV 사업자들이 내심 바라는 것은 ‘교실 안의 IP TV’가 ‘집안의 IP TV’로 이어져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실제로 IP TV에 있는 수능과정 등 중·고교 교육프로그램은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KT가 지난해 VOD 이용 행태를 분석한 결과 오락, 드라마 프로그램 등 지상파 콘텐츠가 80%를 차지했다.
또 디지털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VOD 시청 행태 조사에선 이용 횟수가 많은 VOD 중에 교육 관련 콘텐츠는 단 1개에 불과했다.

IP TV가 교육 쪽으로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우선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
앞서 예를 든 A군의 예와 같이 사업자가 돈이 안 된다고 학기 도중에 서비스를 중단해버린다면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skj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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