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와이브로를 살리려면../임정효 정보미디어부 부장

임정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16 17:12

수정 2009.07.16 17:12



“시장을 20∼30%만 먹어도 엄청나거든요. 롱텀에블루션(LTE)이 상용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빨리 확산시켜야 하는데….”

요즘 삼성전자가 와이브로 때문에 속이 탄다. 해외시장에 확산시키느라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에 와이브로를 들고 가면 한결같이 한국에선 와이브로가 잘 되고 있느냐”고 묻는다며 “그럴 때마다 무척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와이브로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지만 4년째에 접어든 지금도 가입자가 20만명에 불과할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정보기술(IT) 선진국 한국에서의 성공담을 들려주면 설득하기 쉽겠지만 실정은 정반대인 것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와이브로가 자리를 잡지 못하자 해외에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무성하다.
안 되는 국내시장에 집착하지 말고 어떻게든 해외로 나가 시장을 차지하자는 것이다. 다행히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와이브로를 상용화했거나 추진 중인 국가가 20개국을 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초기 단계라 와이브로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4세대 이통기술은 현재 유럽형 이동통신(GSM) 계열 기술인 LTE와 우리나라의 와이브로가 경합 중이다. 말이 경합이지 LTE가 단연코 유리하다. 세계 이동통신시장을 GSM 방식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서비스는 세계 시장에서 기운지 오래다. CDMA 종주국이란 우리나라조차 3세대 서비스는 GSM계열의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방식을 주로 쓰고 있을 정도다. 이런 전후사정을 감안하면 앞으로 4세대 서비스도 LTE가 석권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가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지난 13일 스웨덴의 에릭슨이 한국에 LTE 연구개발센터와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해 2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 망이 잘 갖춰진 한국에서 LTE 서비스 상용화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2011년 4세대 이통기술 표준을 선정하기로 돼 있는 만큼 에릭슨도 상용화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 에릭슨은 2만3000여개의 LTE 관련 기술특허를 가지고 있는 LTE계열 수장 기업이다. 이런 에릭슨이 한국에서 LTE 상용화 모델을 만들겠다는 건 그만큼 한국이 4세대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 내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말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정작 우리의 와이브로는 국내에선 맥을 못추고 해외에 나가 살길을 찾아야 하는 판이니 기가 막힌다.

이렇게 된 건 무엇보다 국내 와이브로 서비스가 음성서비스가 아닌 데이터서비스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인터넷용으로만 쓰다보니 용도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미 이동통신업체들은 WCDMA와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기술로 음성과 무선인터넷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와이브로가 국내시장에서 제 기능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최근 정부는 이동통신업체들에게 와이브로 망 투자를 계획대로 실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돈이 안되다보니 이통업체들이 와이브로 투자에 소극적이었기 때문.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먼저 망을 촘촘히 깔아야 한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정부가 강요한다고 사업성이 없는 곳에 무조건 투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망만 깔아두면 언젠가 와이브로가 활성화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이야 말로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론 안된다는게 증명된 만큼 새 방안은 음성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면서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획기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와이브로에 기회는 영영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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