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아침] 이동전화요금 논란의 진실/이구순 정보미디어부 차장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14 17:01

수정 2009.08.14 17:01



요즘 통신시장에는 우리나라 이동전화 요금이 세계 주요국가들에 비해 싸다-비싸다를 놓고 벌이는 논쟁이 뜨겁다.

이동전화 요금인하는 해마다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단골로 오르는 메뉴지만 올해는 그 열기가 예전과는 비교가안될 정도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정치권이 ‘이동전화 요금 인하’를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는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년마다 발표하는 통신보고서(OECD Communications Outlook2009’)에서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30개 회원국 평균보다 높은 편이라고 발표하면서 여기저기서 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싼 값에 편리한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토를 달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통신요금이 다른나라 보다 비싸니 내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허점이 있다. 통신서비스는 그 나라의 문화라고 할 정도로 사용패턴이 다르고,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우리나라는 전국 지하철 어디서도, 어느 건물 안에서도 이동전화 통화가 안되는 곳이 없다. 통화성공률이 99.8%에 달한다. 1년에 외부손님 100명이 찾아올까 말까한 고요한 산사에서도 ‘이동전화 통화가 돼야 한다’며 기지국 설치를 요구하는게 우리나라의 통신 소비패턴이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지하철이나 대형 건물안에서 이동전화 통화가 안된다고 투덜거리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 나라 통신 소비자들은 건물안에서 통화가 터지기를 아예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비교대상이 되는 다른 나라들은 애초부터 통신 서비스 품질에 대한 기대치가 우리나라 보다 낮다. 결국 투자 원가가 낮은 국가와의 단순비교는 허점일 수 밖에 없다.

또 OECD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통신업체들의 매출이 GDP(국내총생산)의 5%대로, 30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것으로 나왔다. 요금인하를 요구하는 쪽에서는 통신업체들이 너무 많은 돈을 벌고 있으니 요금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OECD 30개국 평균 GDP는 3만9900달러이고 우리나라는 GDP가 2만14달러이니 절반 쯤 된다. 반면 전국 70% 넘는 가구가 초고속인터넷으로 연결돼 있고, 국민의 90%가 휴대폰을 들고 다니니 GDP 대비 통신사 매출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를 전체적으로 들여다보지 않고 단순히 GDP와 통신업체 매출을 비교해 외국보다 비싼 요금을 받고 있으니 요금을 내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데이터를 잘못 해석하는 오류가 된다.

요금인하를 요구할 때는 서비스의 품질에 비해 부당한 수준이라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해하고 있다거나 하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잣대를 들이대는게 적절한 논리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4600만 가입자의 한 달 이동전화 요금 1000원씩을 내리면 이동통신 회사들은 1년간 5500억원 매출이 줄어들고 2000원씩 내리면 1조1000억원이 줄어든다. 이 정도면 이동통신업체들은 투자여력을 완전히 잃을 정도로 타격이 심각해진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이 정도 인하로 만족할지는 의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통신업계는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소비자들과 정치권은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의 요금인하를 받는 댓가로 첨단 서비스를 포기할 수 있는지, 산업경쟁력이 위축돼도 좋은지 현명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