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황·전망

强달러에도 외국인 안 도망간다..."이례적인 현상"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9 05:00

수정 2024.04.29 05:00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환율이 오르는데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나가지 않는다. 강(强)달러에도 외국인이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건 2000년 이후 단 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이례적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외국인 수급이 앞으로도 유지될 거라고 내다봤다.

■'환율 1400원'에도 외국인 1.7兆 사들여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4월 순매수는 1조7572억원(26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스피에서는 2조8028억원을 사들였다.

이달 거래일이 아직 이틀 남았지만 이 흐름을 유지한다면 외국인 순매수는 네 달 연속 순매수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외국인이 사들인 국내 주식은 18조130억원에 이른다.

외국인 수급에 대한 우려는 원·달러 환율이 치솟던 이달 중순부터 강하게 제기됐다. 이달 4일까지 1350원 이하에 있던 원·달러 환율은 급등해 이달 16일 1394.5원(종가 기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날 장중에는 1400원을 터치하며 2022년 11월 7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화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을 사야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수급이 줄어드는 흐름을 나타났다. 실제로 환율이 급등하던 이달 12일부터 17일까지 외국인은 937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높은 환율 부담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유안타증권 조창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350~1400원 레벨에서 외국인은 평균적으로 매도 우위인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현재 외국인은 평균적인 모습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월평균 환율이 올해 1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역시 4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음이 확인된다"며 "이는 지난해 2~5월을 포함해 지난 2000년 이후 단 2번만 확인되는 현상"이라고 놀라움을 표했다.

■'황진이' 된 밸류업..."앞으로도 수급 낙관"
전문가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을 잡아두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투자증권 염동찬 연구원은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목격한 자금은 비슷한 정책이 진행 중인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라며 "2월에 공개된 밸류업 프로그램에 강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오히려 외국인은 정부의 강제적인 문제 해결은 단기적이며 중장기적 거버넌스 변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실망스러웠던 국내 분위기와 달리, 외국인은 지난 달 이후에도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1·4분기에는 사상 최대 수준의 외국인 순매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달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들은 삼성전자(2조1838억원), 현대차(7457억원), 삼성전자우(2322억원), HD현대일렉트릭(2290억원) 등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는 종목들이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상회하던 2022년 9~10월 당시, 외국인은 은행과 반도체업종을 순매도했다"라며 "그러나 이달에는 자동차 뿐 아니라, 반도체와 은행 업종에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향후 외국인 수급도 낙관하는 분위기다. 염동찬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가까워질수록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다는 인식에 순매수를 보여왔다.
지금부터는 오히려 환율이 수급의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해왔던 영국계 자본이 지난 11월 이후 국내 주식을 가장 공격적으로 순매수하고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엔화 강세 가능성, 과거 대비 낮은 영국계 자금의 시가총액 비중을 감안한다면, 영국계를 포함한 유럽계 자금의 추가 매수세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창민 연구원도 "이익 전망치의 상향조정 혹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정책적 기대가 이후 외국인 수급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업종에 자동차, 손해보험, 자동차부품, 증권, 반도체·장비 업종이 스크리닝된다"고 조언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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