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미래의 나와 대화하면서 진로탐색한다
파이낸셜뉴스
2025.04.16 11:00
수정 : 2025.04.16 11:00기사원문
서울대-카네기멜론대, '미래 자아 에이전트' 개발
36명 청년 대상 실험… 진로 탐색 만족도 높아
AI가 단순히 진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반영한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자기 이해에 기반한 진로 결정을 돕는다.
이 번연구의 책임자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임하진 교수는 "AI가 생성한 조언이 너무 현실감 있게 전달되다 보니, 일부 참가자들이 이를 '이미 결정된 미래'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다"며, "사용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해석의 여지를 남길 수 있도록, 에이전트의 표현 방식과 개입 강도를 조절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AI 상호작용의 윤리적 설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나아가, 연구를 통해 구축한 프레임워크와 상호작용 설계 방식은 미래 자아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에이전트 설계에도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인간 중심 AI 시스템 개발의 새 가능성과 기준을 제시하는 기초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AI 기술로 참가자의 성격, 가치관, 현재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에이전트를 구현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SPeCtrum' 프레임워크를 적용했다. 개개인의 다차원적인 정체성과 진로 맥락을 LLM에 통합시킨 이 프레임워크는 고유한 자아상과 감정 경험을 반영한 에이전트의 설계를 가능케 했다.
연구진은 청년들이 AI 기술로 미래의 나와 편지나 대화를 주고받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UX)을 설계해 진로 탐색을 지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총 36명의 청년을 대상으로 1주일간 진행된 실험의 참가자들은 먼저 3년 후의 자신에게 보낼 편지를 작성했다. 이후 무작위로 세 가지 조건 중 하나에 배정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미래 자아와의 상호 작용을 경험했다. 대조군인 첫 번째 그룹은 기존 방식대로 스스로 미래 자아의 답장을 작성했다. 나머지 두 실험군은 각각 AI 기반 미래 자아 에이전트가 생성한 편지를 읽거나, 에이전트와의 실시간 채팅을 통해 대화를 나눴다.
그 결과, 미래 자아 에이전트의 편지를 읽은 참가자들이 활동에 대한 몰입도와 전반적인 진로 탐색 만족도가 가장 높았으며, 구체화된 미래상을 그리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빠른 피드백과 유연한 대화가 가능했던 채팅 기반 상호작용은 참가자의 적극적인 진로 탐색과 실용적인 정보 교환에 효과적인 방식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편지와 채팅이라는 두 가지 상호작용 방식이 각각 진로 탐색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결과를 통해, 인간 중심 AI 설계에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실험에 따르면 편지 방식은 참가자의 느긋한 읽기와 반복적 숙고를 가능케 하여 깊이 있는 정서적 성찰을 유도했고, 채팅 방식은 실시간 피드백과 유연한 대화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정보 탐색과 진로 조정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호작용의 방식이 자기 성찰의 질과 방향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1저자인 전하연 박사과정생은 "이번 연구는 AI가 인간의 판단을 대신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도록 돕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며, "'정답 제공자'가 아니라 사용자 내면의 대화를 이끌어내 진로 탐색을 돕는 AI 기술을 설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청년들이 미래 자아 에이전트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불안을 다루고 미래의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소중한 경험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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