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나올지 몰라 더 짜릿"..직장인, 중고생 지갑터는 '이것'
파이낸셜뉴스
2025.08.30 08:00
수정 : 2025.08.30 08:45기사원문
아이파크몰 '가챠파크', 첫 달 매출 2억원 넘어
지난 7월 한달 간 이용건수 7만여건
'라부부' 역시 랜덤구조…중고 플랫폼 판매가 정가 10배 이상
전문가 "MZ세대는 물질적 가치보다 '나만의 행복' 추구"
[파이낸셜뉴스] "마이멜로디(산리오 캐릭터즈의 토끼 캐릭터) 피규어를 뽑고 싶어서 도전하는데 계속 다른 것만 나오네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내 랜덤뽑기 기계 220여대가 설치된 대형 공간 '가챠파크'. 평일 점심에도 잠깐의 휴식시간을 틈타 가챠(돈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무작위로 장난감이나 굿즈가 나오는 뽑기 기계)를 하러 온 직장인, 중고등학생, 커플 등의 인파로 붐빈다. 회사가 가까워 동료들과 점심 후 소소한 재미를 위해 이곳에 자주 들른다는 30대 문모씨는 "뽑고 싶은 게 나올 때까지 계속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하루에 쓴 돈이 만 원을 훌쩍 넘길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열풍에 올해 6월에는 기기 수량을 약 50% 확대했고, 지난 7월 기준 가챠 기기 이용건수는 7만여건에 달했다. 가챠 1회당 비용이 최소 3000원에서 최대 9000원에 이르기에 매출은 2억원대를 충분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캡슐 가챠를 즐길 수 있는 가챠파크 뿐만 아니라 인기 만화·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피규어 및 다양한 굿즈를 랜덤으로 구매 할 수 있는 '이치방쿠지' 등 '꽝 없는 뽑기'가 특징인 매장들에는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방문객들이 항상 북적거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2030을 주축으로 '랜덤뽑기' 문화가 확산하며 유통가에서도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원하는 제품이 나올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사행성이 주는 짜릿함과 더불어 대부분의 가챠는 대여섯 종이 모여 하나의 라인업을 형성하기 때문에 전체 컬렉션을 모으고 싶다는 수집욕구가 결합돼 '멈출 수 없는 소비'를 부추긴다.
올해 유통가에서 가장 떠오르는 아이템인 '라부부' 역시 랜덤 아이템이다. 홍콩 출신 디자이너 케이싱 룽이 만든 '몬스터 시리즈' 캐릭터 중 하나로, 토끼 귀에 뾰족한 이빨, 신비한 색감의 눈동자가 포인트다. 대부분의 상품이 '컬렉션 시리즈'로 발매돼 한 시리즈 당 많게는 30여종의 서로 다른 디자인의 인형이 랜덤으로 나온다. 게다가 목록에 공개되지 않는 '시크릿' 아이템도 있어, 이를 구하기 위해 똑같은 인형을 중복으로 구매하는 일도 허다하다.
인기 시리즈인 '팝마트 라부부 더 몬스터즈 하이라이트 시리즈' 중 시크릿 자아 키링은 단색 위주인 다른 상품들과 달리 무지개색 치아와 눈동자가 특징적으로, 2030 소비자들의 수집욕구에 불을 지폈다. 해당 상품은 29일 기준 중고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정가보다 10배 이상 비싼 21~24만원대에 매물이 형성돼 있다.
평소 랜덤굿즈 컬렉션을 모으는 것이 취미라는 30대 이모씨는 "명품 등 소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한정판' 등 희소성이 있는 아이템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랜덤 상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랜덤 굿즈 확대는 유통가 입장에서도 매출 증진 뿐만 아니라 점포 체류시간·재방문율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요즘 MZ세대의 소비 행태는 '재미(Fun)'가 핵심"이라며 "소비를 통한 실제 효용성이나 물질적 가치보다는 오락이나 자신만의 행복감을 중시하는 성향이 높다"고 분석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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