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작가 신작인데.."헤어질 결심할 줄이야"
파이낸셜뉴스
2025.10.11 00:05
수정 : 2025.10.11 00:15기사원문
넷플릭스 ‘다 이루어질지니’ 기대에 못 미친 혹평
이번 작품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 '닭강정'과 영화 ‘극한직업’으로 독특한 코미디 감각을 선보인 이병헌 감독과의 협업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두 창작자의 색이 제대로 어우러지지 못한 채 불협화음을 냈다는 평가다.
이 감독은 결국 중도 하차했고, ‘더 글로리’를 연출한 안길호 PD가 투입됐다. 제작진은 엔딩 크레디트에 두 감독의 이름을 모두 뺀 채 연출자를 표기하지 않았다.‘다 이루어질지니’는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가 천 년 만에 깨어나 감정 결여 인간 ‘가영’(수지)과 세 가지 소원을 두고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로맨스. 김 작가의 전작 ‘더 글로리’ 이후 3년 만의 신작으로, 김우빈과 수지가 ‘함부로 애틋하게’(2016) 이후 9년 만에 재회했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병헌 감독 특유의 병맛 코미디와 김은숙 작가의 감성적 대사 스타일은 끝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대본과 연출의 결이 어긋나며 배우들의 연기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특히 여주인공의 ‘싸이코패스’ 설정은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안기며 극 몰입을 방해했다는 지적이 많다.
한 네티즌은 “내 첫 번째 소원은 김은숙 작가가 감을 되찾는 것”이라며 “감 잃은 라임 맞추기, 명품 이야기, 말장난으로만 대본을 채우지 않았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두 번째 소원은 장르에 미친 창작진이 만든 작품을 보고 싶다는 것, 세 번째 소원은 스타 작가의 이름값에 수백억을 태우는 제작 관행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청자는 “최근 정서경 작가와 ‘헤어질 결심’을 했는데, 김은숙 작가와도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과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정서경 작가는 최근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북극성’의 대본을 집필했는데, 전지현·강동원 주연의 초호화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일부 시청자들은 혹평 속에서도 작품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생각보다 볼만하다”는 한 네티즌은 “연출이 대본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스토리 결은 ‘도깨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선이 살아나며 슬퍼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감독 교체 이후의 변화를 언급하며 “확실히 6~7화부터 좋아진다. 초반부의 유치함이 줄고 감정과 서사가 살아난다”고 분석했다. 다만 싸이코패스 설정에 대해선 “무슨 의도로 인물을 이렇게 설정했는지는 알겠는데 그럴 거면 차라리 싸이코패스보다는 '비밀의 숲' 황시목처럼 감정 결여된 캐릭터가 더 낫지 않았을지, 작품상에서 싸이코패스에 대한 정의를 안 내리니 뭔가 좀 혼란스럽다”고 부연했다.
다른 네티즌도 "사이코패스라는 기가영의 캐릭터 빌딩이 너무 설렁하다"며 "기가영은 살의를 느끼는 사이코패스인가? 공감능력이 결여된 사이코패스인가? 죄책감이 없는 사이코패스인가? 고자극을 갈망하는 사이코패스인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기가영의 코어, 사이코패스 설정이 가장 아쉽다"고 짚었다. 또 "(특히 초반에) 이블리스의 복수심, 즉 기가영을 향한 마음의 동력이 잘 표현되지 않았다. 기가영 때문에 1000년 가량 갇혀있었다는데 그게 뭐? 이블리스에게 그게 어떤 의미였는데? 인간에게 고개 숙이지 않는 이블리스의 심리는 뭐였는데? 인간의 타락을 증명하고자 하는 정확한 감정은? 그걸 증명하면 뭐가 좋은데"라고 지적했다.
10일 미국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이 드라마는 신선도 지수 83%를 받았으나 관객 평점인 팝콘지수는 64%에 그쳤다. 좋은 작품은 대본, 연출, 연기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셈이다.
한편 김은숙 작가는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이 작품의 집필 의도를 밝혔다. 그는 “인간은 어떻게 태어나는지보다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인간성’의 본질이라는 것, 그렇게 끝내 좋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가영은 자신의 본성이 악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할머니와 온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낸 걸 학습으로 알고 있기에, 본성을 억누르고 평생 ‘좋은 선택’을 하며 살려고 노력한다. 그렇다면 가영은 착한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이 질문을 통해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 선택을 좀 더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이라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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