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조직에 지인 넘긴 20대… 구형보다 센 '징역 10년'
파이낸셜뉴스
2025.10.22 18:30
수정 : 2025.10.22 18:30기사원문
'수입차 사기 동업' 제안 거절하자
"준비비용 물어내라" 채무 떠넘겨
탕감 조건 캄보디아 거짓 심부름
현지 도착하자 여권 뺏기고 감금
재판부 "죄질 매우 나쁘다" 엄벌
사기 범행 제안을 거절한 것에 앙심을 품고 지인을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넘긴 20대에게 법원이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죄질이 매우 나빠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뒤 무더기로 구속된 피의자들에게도 법원이 엄격한 법 적용을 할지 주목된다.
■사기 범행 공모 거절에 앙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는 22일 국외이송유인과 피유인자국외이송, 공동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신모씨(26)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9년보다 형량이 1년 더 많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신씨와 배달대행업체 대표인 박씨, 음식점 사장이었던 김씨는 '수입차 차대번호 사기 행각'을 벌이기로 공모한 뒤 A씨도 합류할 것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이후 신씨는 준비비용 등으로 650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박씨와 김씨에게 "A씨를 캄보디아로 보낼 경우 채무를 탕감해 주겠다"고 협박했다.
박씨와 김씨는 다시 채무 책임을 A씨에게 떠넘겼다. 그러면서 "캄보디아에서 관광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인으로부터 관련 계약서를 받아오면 채무를 없애주겠다"고 거짓말해 A씨를 비행기에 태웠다.
그러나 A씨를 기다린 것은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이었다. 이 조직은 A씨를 납치·감금한 뒤 휴대전화, 여권, 신분증 등을 빼앗고, A씨 계좌를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원들은 A씨의 계좌가 정지되자, 납치된 사람들의 고문 장면을 보여주며 "계좌에 묶인 돈과 대포계좌 마련 비용을 부모에게 보내라고 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A씨는 호텔에 찾아온 한국대사관 직원 등의 도움으로 20여일의 감금 생활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A씨가 감금됐던 장소는 콜센터, 숙소 건물 등으로 구성된 범죄단지로 경비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2∼3m 높이의 담벼락이 둘러싸고 있었다고 공소사실에 적시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모해 피해자에게 부당한 채무의 변제를 강요하며 거짓말을 해 피해자를 국외이송 목적으로 유인했다"며 "이에 속은 피해자를 캄보디아로 이송, 현지 범죄조직원의 실력적 지배하에 놓이게 했다. 이후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원들과 순차 공모해 피해자를 상당 기간 감금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범행을 계획하고 지시한 신씨의 죄가 중하다고 재판부는 강조했다. 재판부는 신씨가 공범을 협박해 피해자를 범행에 가담시켰고,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에 의해 감금될 것을 알면서도 이송시킨 점을 무겁게 봤다.
재판부 "범행의 목적과 경위, 범행을 조직적으로 분담해 수행하는 등 범행 방법과 내용, 감금 기간 등에 비춰봤을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늠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들이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양형사유로 판시했다.
■정성호 법무 '독립몰수제' 입법 요청
한편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2·제3의 캄보디아 사태를 막고 아동성착취물 범죄 등 국경을 초월해 벌어지는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면서 유죄 판결과 별개로 범죄 수익을 몰수하는 '독립몰수제' 입법을 국회에 요청했다.
정 장관은 "현행 형사제도 하에서는 신속히 범죄수익을 몰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캄보디아 범죄 사태 수사에 최선을 다하는 동안 국회는 이들의 범죄수익을 신속히 몰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주캄보디아 대사관은 같은 날 프놈펜 현지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2년간 현지에서 접수된 납치·감금 신고 중 약 100건이 미해결 상태라고 밝혔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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