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빠지면 다시 들어올 수 있을까"…고민 깊어지는 신세계免
뉴스1
2025.10.23 06:40
수정 : 2025.10.23 09:52기사원문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DF2(주류·담배)와 DF4(패션·부티크) 권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인천공항과 임대료 갈등을 겪었던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DF1(향수·화장품) 사업권을 반납하고 DF3(패션·액세서리·부티크)만 남기기로 했다. 법원의 임대료 인하 권고를 인천공항이 수용하지 않자 1900억 원의 위약금을 내고 철수를 결단했다.
업계에선 신세계면세점도 매월 60억~80억 원의 막대한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신라면세점과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런 '전략적 철수'의 경우 추후 재입찰 시 더 낮아진 임대료 조건으로 입점에 다시 도전할 수도 있다.
다만 신세계면세점은 신라면세점과 상황이 다르기에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마카오·싱가포르 등 해외에 다수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라와 달리 신세계는 명동 본점과 인천공항점 두 곳만 운영 중이다.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경우 시내 면세점인 명동점 하나만 남아 사업 존속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신세계면세점(신세계디에프)의 모회사인 신세계백화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738억 원이다. 철수할 경우 신라면세점과 비슷한 1900억 원 수준의 위약금을 내야 하는데, 보유 현금의 약 3분의 1이나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호텔신라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당좌자산(현금화가 쉬운 자산)이 9037억 원에 달해 철수라는 의사 결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라의 경우 19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당하는 결단을 오너인 이부진 사장이 내릴 수 있지만, 경영인인 신세계면세점의 이석구 대표는 한계가 있다.
위약금을 내고 철수해도 문제다. 1900억 원의 현금을 지출할 경우 재정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향후 인천공항이 실시할 재입찰에서 신라·롯데 등 경쟁자에 비해 경영 능력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인천공항에서 나오게 되면 아예 방을 빼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재입찰을 할 경우 이번에 법원에서 정한 적정 임대료 수준에서 다시 계약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미 나간 신라는 개선된 조건으로 다시 계약하려 할 것이고 지난 입찰에서 떨어진 롯데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잘못하면 신세계는 면세 사업을 접는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철수 대신 인천공항과 정식 민사소송 등 장기전으로 가거나, 면세 업황 회복을 기다리며 점포를 유지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 막대한 적자를 8년 더 감당해야 하는 데다, 재입찰로 새로 들어온 신라·롯데·현대 등 경쟁자들이 낮아진 임대료로 생겨난 여력만큼 세일 등 판촉 비용을 확대할 경우 신세계는 더욱 불리한 경쟁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에 지난달 정기인사를 통해 투입된 이석구 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대표는 조선호텔앤리조트와 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을 거치며 수익 중심의 경영과 체질 개선을 주도하는 등 검증된 베테랑이다. 부임 이후 이번 사안을 최우선으로 검토하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인천공항과 본안 소송을 위한 인지세 납부 기한이 다가오는 만큼 이르면 이달 말쯤 철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신세계면세점 측은 "소송 절차에 따라 인지세를 낸다고 해도 그것이 꼭 소송을 진행한다는 결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점포를 철수할지 말지는 별개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면세 업황 부진을 고려하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겠지만 신세계면세점이 놓인 상황이 특수한 만큼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인천공항도 신세계 측의 결정 이후 신라가 반납한 점포의 재입찰 공고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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