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러 강공 전환에 우크라전 중대 국면…시진핑 변수 주목

뉴스1       2025.10.23 14:29   수정 : 2025.10.23 14:29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2곳에 제재를 가하며 러시아를 향한 휴전 압박 강도를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했고, 우크라이나에 영국산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처음으로 승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향한 강공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여, 푸틴 대통령의 대응에 따라 3년 반 넘게 이어지는 전쟁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살인을 멈추고 즉각적인 휴전을 해야 할 때"라며 "러시아 대통령이 무의미한 전쟁을 끝내기를 거부함에 따라 재무부는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지원하는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2곳을 제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재 대상은 로스네프트(Rosneft)와 루크오일(Lukoil)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상반기 기준 양사 합산 원유 수출량은 하루 약 220만 배럴로 러시아의 전체 원유 수출량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고 추산했다.

제재에 따라 미국인과 미국 기업은 로스네프트·루크오일 또는 양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와 거래하는 게 금지된다. 석유 산업은 러시아 정부의 주요 수입원이다.

이번 제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압박과 유화책 사이를 혼란스럽게 오가며 휴전 중재에 성과를 내지 못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드디어 러시아를 향해 '행동'에 나선 것을 의미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푸틴 대통령과 장시간 통화하고 다음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백악관 회담을 가지며 중재 노력을 재개했다.

푸틴과는 "2주 내"에 친러 성향 헝가리에서 만날 약속을 했고, 젤렌스키에게는 푸틴의 주장대로 동부 돈바스 지역의 포기를 압박하며 욕설과 함께 전선을 그린 지도를 내던졌다는 보도도 나와 유럽 등 국제사회의 우려를 샀다.

하지만 이후 미·러 고위급 후속 대화에서 러시아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휴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미국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트럼프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영토 문제와 관련해 "그들이 있는 곳, 즉 전선에서 멈춰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협상을 할 수 있다"며 현 전선을 동결한 상태에서 휴전을 한 뒤 협상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트럼프는 전날(21일)엔 "시간 낭비하는 헛된 회담을 하고 싶지는 않다"며 푸틴과의 헝가리 회담이 보류됐음을 확인했고, 이날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그냥 옳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푸틴과 대화할 때마다 대화는 잘 되지만 그 다음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푸틴을 비판한 뒤 이날 발표한 대러 제재가 "엄청난 것"이라며 "때가 됐다. 오래 기다렸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영국으로부터 제공 받은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 섀도'(Storm Shadow)의 사용을 승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의 무기라 해도 미국의 표적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사용 제한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최근 스톰 섀도에 대해 이 제한을 해제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이 미사일로 브랸스크에 있는 폭발물·로켓 연료 생산 공장을 성공적으로 공격했다.

우크라이나가 원해 온 '게임 체인저'인 미국의 토마호크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아직 지원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러시아의 대응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제공할 수도 있다.

관건은 푸틴의 입장 변화 여부와 이에 따른 트럼프의 추가적인 대응이다. 만일 푸틴이 지금까지처럼 종전 입장을 고수하며 휴전에 나서지 않을 경우 트럼프가 추가 제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적인 무기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일단 푸틴은 최근 트럼프의 강경한 분위기에 불편한 기색을 비치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트럼프가 헝가리 회담 보류를 밝힌 직후 밤새 우크라이나 곳곳에 미사일·드론 공격을 퍼부었고 이로 인해 어린이를 비롯해 민간인 6명이 사망했고 29명이 다쳤다.

이 때문에 러시아 기업 제재 같은 정도의 압박으로 푸틴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마스 그레이엄 외교관계위원회 연구원은 블룸버그 통신에 "백악관이 러시아의 행동이나 푸틴 대통령의 정책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착각"이라며 "제재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러시아는 제재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고 평가했다.

국제 분야 미국 싱크탱크인 대서양협의회의 에디 피시먼 선임 연구원은 CNN에 "지금까지 나온 건 로스네프트와 루크오일을 대상으로 한 1차 제재"라며 "중요한 건 로스네프트와 루크오일과 거래하는 제3국의 은행, 정유소, 무역업체에 대한 2차 제재 위협 여부"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2차 제재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는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 국가를 제재하면 미국은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된다"며 "제재는 쉬운 일도 아니며 일방통행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심지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 석유 시장과 미국 경제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고려해 임기 말까지 제재를 미루다가 1월 로스네프트와 루크오일을 제외하고 다른 주요 러시아 석유회사를 제재했다.

일단 트럼프는 중국을 활용하는 외교적 수단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트럼프는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요하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 문제에 대해 시 주석과 얘기할 것"이라며 "처음에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시 주석도 그 전쟁이 끝나길 바라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은 푸틴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시 주석이 푸틴을 설득해 전쟁을 멈추도록 시도할 계획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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