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까 필연일까, 이솝 우화를 함께 읽습니다

연합뉴스       2025.10.24 05:55   수정 : 2025.10.24 05:55기사원문

[이런말저런글] 우연일까 필연일까, 이솝 우화를 함께 읽습니다

#1

개에게 물린 남자가 있었다.

그는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는 우선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빵으로 닦고 나서 남자를 문 개에게 그 빵을 던져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개에게 물린 남자가 대꾸했다.

"만일 내가 그렇게 한다면 시내에 돌아다니는 모든 개가 날 물려고 할 것이오."

#2

무지막지하게 말뚝이 박힌 벽이 소리쳤다.

"내가 너를 괴롭힌 적도 없는데, 너는 왜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하는 거야?"

말뚝이 말했다.

"너를 괴롭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뒤에서 나를 세게 치는 사람이야."

'우연'에 대한 사전의 정의 (출처=연합뉴스)


『(정본)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이솝 지음, 로버트 템플·올리비아 템플 주해, 최인자·신현철 옮김)에 실린 이야기 중 두 사례입니다. 1번의 교훈은 나쁜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기 버릇하면 그가 점점 더 나쁜 짓을 하도록 자극하는 셈이 된다는 거라고 책은 전합니다. 필요한 단죄에는 단호해야 할 줄로 압니다. 2번의 교훈은 책에 없습니다. 어떤 가르침일까요? 이솝은 기원전 6세기에 실존한 노예였다는 해설이 있습니다. 나중에 자유민이 됐다는 기록도 보이고요. 그가 우화를 직접 썼는지조차 알 수 없고 전하는 우화 중 어떤 것이 그의 것인지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설마저 있고요. 우화들이 주는 가르침에 주목할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3

고기를 잡으러 나갔던 어부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해 큰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들이 실의에 빠져 멍하니 배에 앉아 있는 동안, 무엇에겐가 쫓기고 있던 다랑어 한 마리가 안간힘을 다해 도망치느라 수면 위로 펄쩍 뛰어오르더니 그만 털썩 소리를 내며 그 어부들의 배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어부들은 그 다랑어를 잡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떤 재주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을, 우연은 종종 아낌없이 주기도 한다는 게 이 우화의 교훈이라고 책은 정리합니다.
우연이라니요? 어부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솝이 하나의 가르침만을 강요하진 않을 거라 믿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지은이 이솝 주해자 로버트 템플·올리비아 템플 옮긴이 최인자·신현철, 『(정본)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 문학세계사, 2021 (경기사이버도서관, 유통사 교보문고) - '개에게 물린 남자'(212, #1), '벽과 말뚝'(45, #2), '어부와 다랑어'(90, #3) 우화 전문 인용

2. 지은이 프레드 캐플런 옮긴이 허진, 『링컨』, 열림원, 2010

3. 표준국어대사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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