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평가원의 무능…357억 사업 'VR기술 택갈이' 못 알아채

뉴스1       2025.10.24 11:01   수정 : 2025.10.24 11:15기사원문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논평하고 있다. 2025.9.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2015년부터 8년간 총 사업비 357억 원이 투입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국산 VR엔진 및 저작도구 개발사업'에 기존 민간기술을 신기술로 위장한 이른바 택갈이 정황이 있었으나 관리·감독·심의·평가하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부당행위를 인지하지 못하는 등 허점이 드러났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종합감사자료와 ETRI 종합감사 결과, IITP로부터 제출받은 최종평가위원회 종합의견서에 따르면 △VR콘텐츠 제작 도구 국산화 사업에서 기존 도구를 새로 개발한 것처럼 속여 성과물로 포장했고 △추가로 진행한 VR도구 활용 사업마저도 외산 VR로 참여기업이 과제를 늘려달라며 뇌물을 제공하고 추가 과제를 수주했다.

이 사업은 IITP가 정보통신방송 연구개발 관리규정 제5조(종합심의위원회)에 따라 사업의 기획·평가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했고, 연구개발과제 종료 후 제8조(평가위원회)에 따라 최종 평가를 심의했다.

그런데 IITP는 최종 평가 및 사업비 정산 과정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해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부당행위 정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나아가 해당 사업에 대한 두 차례의 최종 평가에서도 기술계획 대비 최종실적을 '보통' 즉, '성공'으로 평가해 개발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결정하는 등 부실함이 드러났다.

특히 최 의원은 IITP는 최종 평가 과정(사업비 정산 등)에서 '규정에 따른 특이사항'이 없어 인지할 수 없었다고 답변했는데 이 규정에는 사업의 △목표달성도 △기술성 △경제성 △사업성 항목을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어, 이를 몰랐다는 것은 도리어 IITP의 허술함과 무능력을 자인하는 꼴이고, ETRI 부당행위의 도화선이 됐다고 지적했다.

최수진 의원실에서 '평가위원 개별평가지'와 '종합의견서'를 살펴본 결과 IITP의 연구개발과제평가단에서는 평균 80점을 상회하는 높은 점수를 부여했고, 동 사업을 성실히 수행하여 목표를 달성해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등 직무유기에 가까운 허술함이 노출됐다.

이번 NST 감사의 핵심 사안은 VR엔진에 대한 '택갈이'다. 국산 사업에 외산 VR로 사업을 수주했다는 점도 드러나면서다. 해당 사업의 종합심의위원회 자료에서는 '실시간 분산 처리 엔진'이 마치 핵심 개발 기술처럼 들어가 있고, 국내외 최고라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기도 하다.

최수진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ETRI가 NST에 감사 재심의를 신청한 상태다. IITP는 회신이 오는 대로 '연구윤리·보안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결과가 연구 부정으로 확정되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라 환수를 포함한 제재 처분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최 의원은 "정부 예산과 민간부담금 총 357억 원이 들어간 ETRI 사업의 부당행위도 심각한 모럴헤저드이지만, 더 큰 문제는 IITP가 애초에 심의·평가만 올바르게 했어도 부당행위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IITP의 연구개발과제 최종심의·평가 절차의 무능력이 드러난 만큼 당시 해당 사업 담당자 징계 조치와 더불어 최종평가위원회의 구성 및 회의 등에 대한 투명하고 철저한 자정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한편 지난 6월 NST 감사위원회는 종합 감사를 통해 ETRI가 8년간 357억 원 규모의 VR 엔진 국산화 및 콘텐츠 개발을 수행하며 연구 성과를 과장·허위보고했다고 지적했다. 개발한 VR 엔진으로 만든 것이라며 ETRI가 제출한 5개 콘텐츠는 실상 외산 엔진으로 구동됐으며, 책임연구원은 본인과 특수관계에 있으며 관련 업에 종사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특정인에게 과제를 따낼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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