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쓴 지식, 더 가치 있어"…AI 시대, 위키피디아의 생존법

뉴시스       2025.10.24 14:06   수정 : 2025.10.24 14:06기사원문
AI가 지식 흡수하는 시대, '정확성'으로 맞서는 위키피디아

[서울=뉴시스] 2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I가 인간의 지식을 흡수하고 재활용하는 시대, 위키피디아는 '손으로 쓴 진짜 지식의 가치'를 내세우며 '정확성과 신뢰'를 경쟁력으로 새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위키피디아 홈페이지 모습. 2025.10.2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익명의 집단지성이 쌓아 올린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I가 인간의 지식을 흡수하고 재활용하는 시대, 위키피디아는 '손으로 쓴 진짜 지식의 가치'를 내세우며 '정확성과 신뢰'를 경쟁력으로 새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생성형 AI 모델들은 이미 위키피디아를 '지식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사람들이 쌓아온 정보가 대량으로 스크립돼 챗봇의 요약문으로 재가공되고 있는 것이다. AI 활용이 급증할수록 위키피디아를 직접 찾는 사람들의 방문율은 줄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AI를 통한 트래픽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가 "위키피디아의 자유주의 편향에 물들어 있다"며 "'그로키피디아'라는 경쟁 플랫폼 설립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이 커졌다.

위키피디아의 핵심 편집자이자 위키미디어 재단 이사로 활동 중인 마이크 필은 "AI가 세상에 정확한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흐름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AI가 위키피디아를 대체하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사람들이 위키피디아를 이용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제 우리의 역할은 콘텐츠 생산에서 '정확성 검증'으로 옮겨갈지도 모른다"며 "철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키피디아가 처음부터 '정확성'으로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는 구조 탓에 초장기 악의적 조작과 오류가 빈번했다. 그러나 이후 '출처 명시'라는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면서 신뢰를 회복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운영 방식이야말로 AI 기업들이 본받아야 할 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오픈AI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답변이 인터넷에서 출처 없이 긁어온 내용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메타의 수석 과학자 얀 르쿤은 "자기 함정에 빠진 GPT들"이라며 비꼬았다.

위키피디아는 AI를 '위협'이 아닌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AI를 활용해 '편집 훼손'을 자동 감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속한 업데이트 접근을 제공하는 기업용 유료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구글도 이 서비스의 구독자다.


현재 위키피디아의 연간 운영비는 약 1억7800만 달러(약 2561억 원)로, 대부분 서버 유지비에 쓰인다. 그럼에도 방대한 양의 자발적 참여자 덕분에 사이트는 여전히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필은 "AI 시대일수록 인간이 직접 만든 지식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며 "기계가 재조합한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손으로 쓴 진짜 지식은 프리미엄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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