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어모아 집·주식에…요구불예금 20조↓·마통 14개월내 최대↑
연합뉴스
2025.10.26 05:45
수정 : 2025.10.26 05:45기사원문
5대銀 "주담대 막히자 자금 총동원"…규제에 갭투자 줄자 전세대출 두달째↓ 예금 이탈 막으려 일제히 예금금리 올리기도
긁어모아 집·주식에…요구불예금 20조↓·마통 14개월내 최대↑
5대銀 "주담대 막히자 자금 총동원"…규제에 갭투자 줄자 전세대출 두달째↓
예금 이탈 막으려 일제히 예금금리 올리기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최근 부동산·주식 가격 상승과 함께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은행에서 예금이 눈에 띄게 빠져나가고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잔액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6·27, 10·15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급감한 가운데, 가계가 자산 투자를 위해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자금을 동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흘러 나가는 예금을 잡기 위해 은행권은 일제히 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
◇ 10월 요구불예금 감소폭 1년3개월만에 최대 가능성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23일 현재 모두 649조5천330억원으로, 9월 말(669조7천238억원)과 비교해 20조1천908억원 감소했다.
하루 평균 8천779억원씩 빠져나간 셈인데,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월말까지 약 27조원이 줄어 2024년 7월(-29조1천395억원)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구불예금은 아직 뚜렷한 용도나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대기 중인 시중자금으로, 최근 유출된 예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부동산이나 증시로 흘러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0일 80조6천25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 10월 가계대출 1.9조↑·신용대출 0.7조↑…전세대출 1년반만에 연속 감소세
가계대출에서는 이례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마이너스 통장 중심의 신용대출이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잇단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을 충분히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23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5천213억원으로, 9월 말(103조8천79억원)보다 7천134억원 늘었다. 지난달 2천711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지난달 말 38조7천893억원에서 현재 39조3천202억원으로 5천309억원 급증했다. 2024년 8월(+5천704억원)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미국·국내 증시, 코인 시장 활황으로 주식과 코인에 마이너스통장 자금이 투자된 것 같고, 급작스러운 부동산 대출 규제 발표 이후 부동산 계약금 등으로도 마이너스통장이 이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코스피 상승에 따른 주식 투자 자금, 계약금·중도금 등 부동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급하게 마이너스통장을 여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했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765조9천813억원)은 이달 들어 1조8천864억원 불었다. 하루 820억원꼴로, 이 속도가 월말까지 이어진다면 10월 증가 규모는 2조5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9월(+1조1천964억원)의 두 배를 넘지만, 6월(+6조7천536억원)·7월(+4조1천386억원)·8월(+3조9천251억원)과 비교하면 뚜렷하게 위축된 상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1조2천183억원(608조9천848억원→610조2천31조)에 불과하다. 급감한 9월(+1조3천134억원)보다 작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은 1천434억원 뒷걸음쳤다. 9월(-344억원)에 이은 감소세로, 5대 은행 전세자금대출이 두 달 이상 줄어든 것은 작년 4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6·27, 10·15 등 부동산 대책으로 전반적으로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가 어려워지자 전세 물건도 귀해지면서 관련 대출도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은행 "연말 유동성 지표 관리, 생산적금융 위해 예금 이탈 막을 필요"
금리 하락기인데도 최근 시중은행이 예금(수신) 금리를 올리는 기현상도 자산 투자 등에 따른 자금 이동과 관계가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3일 '하나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연 2.55%에서 2.60%로 높였다.
카카오뱅크도 앞서 17일 정기예금과 자유적금의 1년 만기 금리를 0.10%포인트(p)씩 상향 조정했고, 케이뱅크도 15일 코드K정기예금 1년 만기 상품의 기본금리를 2.50%에서 2.55%로 0.05%p 올렸다.
KB국민은행 역시 'KB 스타(Star) 정기예금' 1년 만기 상품의 최고 금리를 지난달 22일 0.05%p 인상한 데 이어 이달 6일 추가로 0.05%p 높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늦춰지면서 최근 시장금리가 정체 또는 소폭 상승한 부분을 반영했다"며 "아울러 은행 내부적으로는 연말 예금·대출 비율 등 유동성 지표 관리, 현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의 차원에서도 금리를 올려 예금이 급격히 빠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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