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묵던 외국인이 이제 단골손님"…홍대·중구 골목의 변화
뉴스1
2025.10.26 07:02
수정 : 2025.10.26 10:37기사원문
공유숙박을 통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로컬 체류형 관광객'으로 바뀌면서 지역 상권의 풍경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26일 뉴스1이 입수한 한국민박업협회(KGA)·시장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공동 조사에 따르면 서울 중구·마포 일대 상권 관계자 200명 중 80% 이상이 "공유숙박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외국인 손님이 전체 이용객의 절반을 차지했고 카페·식당 등 외식업 매출은 평균 20%가량 증가했다.
외국인 절반 '단골손님'…공유숙박이 만든 골목형 소비 패턴
서울 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외도민업) 숙소의 60% 이상이 '마포'(30%)였으며 이어 강남(11%)·용산(8%)·서대문(8%)·중구(6%) 등 도심 핵심 지역에 몰려 있다.
해당 지역들은 대형 호텔보다 게스트하우스·독채형 숙소가 많아 여행객이 숙소 주변 골목에서 머물고 소비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응답 상인들은 이들을 △체류형 단골 △가족·그룹 단위 소비자 △K-컬처 체험형 관광객으로 분류했다.
즉, 단순히 하룻밤 묵는 '숙박객'이 아니라 숙소 주변의 카페·식당·상점에서 일상처럼 소비하는 '생활형 관광객'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숙소 운영자 대부분은 한 채를 직접 관리하는 영세 자영업자이며, 절반 이상이 월평균 예약 일수 20일 이상을 기록했다. 숙박객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동네 소비 빈도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다.
서울 중구에서 공유숙박을 운영하는 임윤정 씨(49)는 "공유숙박 손님들은 현지 문화를 경험하려는 수요가 크다"며 "단골 카페·식당을 많이 물어보셔서 동네 추천을 드리는데 다녀와서 만족했다는 피드백을 들으면 상권과 상생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카페·공방까지…'K-컬처 체류객'이 만든 매출 20%↑
공유숙박이 골목 상권을 바꾸고 있다.
중구 한 카페 주인 A 씨는 "홍콩 가족이 3일 내내 찾아왔고 한 달 동안 같은 시간에 온 중국 손님이 있었다"며 "K팝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추는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커피를 마시러 온 게 아니라 한국 문화를 즐기러 온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카페 대표 B 씨는 "드라마나 유튜브를 보고 달고나 라테, 바나나 커피를 찾는 손님이 많다"며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를 즐기려 일부러 방문한다"고 전했다.
조사에서도 변화가 수치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80%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됐다", 절반 이상이 "매출 증가했다", 4명 중 1명이 "방문객 증가했다"고 답했다. 특히 외식업종의 매출은 평균 20% 이상 늘었으며 외국인 고객 증가를 체감한 상인은 10곳 중 8곳(84%)에 달했다.
파급효과는 골목을 넘어 △골목·비주류 상권 활성화(21%) △한식 요리 교실·도자기 체험·전통시장 투어 등 로컬 체험 소비 확대(16%)로 확산했다.
홍대의 한 공방 운영자 C 씨는 "장기 체류 손님이 많아 골목 안쪽 가게까지 찾아온다"며 "평일 낮 예약도 꾸준해졌다"고 전했다.
숙소 근처에서만 소비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숙소→카페→체험 공방→시장'으로 이어지는 생활형 관광 동선이 형성된 것이다. 홍대의 한 공방 운영자 D 씨는 "장기 체류 손님이 많아 골목 안쪽 가게까지 찾아온다"고 말했다.
반면, 공유숙박이 줄면 지역경제는 곧바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응답자의 80%가 "공유숙박이 감소하면 매출과 방문객이 함께 줄 것"이라고 답했다. 외식업과 중저가 업종은 매출이 10~5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히 10년 전의 제도…'실거주·주민동의'가 막는 진입로
공유숙박이 외래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제도는 10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외도민업은 원칙적으로 외국인 전용이고, 내국인 대상은 서울·부산 일부의 규제 샌드박스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전국 단위 제도화는 멈춘 상태다.
공유숙박 운영자·예비 창업자 400여 명 조사에서도 응답자 대부분이 "과도한 신고·규제가 최대 진입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애로사항은 △지자체별 상이한 기준·담당자 안내(90%) △노후 건축물 기준(70%) △주민동의(60%) △실거주(55%) △외국어 검증(33%) 순이었다.
특히 주민동의는 지자체·담당자마다 기준이 달라 혼선이 크다. "위·아래·옆집만"부터 "50% 이상", "100% 전원"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다가구·다세대 밀집 도심에서는 "인테리어 공사도 동의 안 해주는 데 숙박업 동의는 누가 해주나"는 하소연이 반복된다.
실거주 의무도 현실과 어긋난다. 현장에선 "게스트가 호스트 상주를 오히려 불편해한다"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예비 창업자 10명 중 7명은 실거주 없이 독채·부분 임대를 희망하지만, 현행 규제로 "사실상 창업 불가"라고 호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0일 외국어·노후 기준을 일부 완화했지만, 업계는 "핵심 진입장벽(실거주·동의)은 그대로"라고 지적한다.
채보영 한국민박업협회 회장 "현 제도의 복잡한 절차와 과도한 요건은 예비 창업의 가장 큰 장벽"이라며 "3000만 외래객 시대를 대비하려면 실거주·주민동의 절차의 합리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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