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함께 만드는 정원
뉴시스
2025.10.26 07:26
수정 : 2025.10.26 07:26기사원문
주민 참여 공동체 정원, 도심·마을에 활기 '벨롱벨롱한 별빛정원'…힐링·소통 공간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공헌형 정원 등장
정원은 누군가의 손길로 다듬어진 공간이자, 자연과 함께 빚어낸 경관이다. 치유와 휴식을 제공하면서 생태계를 품는 그릇, 그리고 이웃과 소통하는 마당이 된다.
제주는 정원을 꾸미기에 이상적인 땅이다. 따뜻한 해양성 기후, 화산섬 특유의 토양, 사계절 변화에 따라 피고 지는 수많은 식물들. 그리고 돌과 바람, 물이 빚어낸 독특한 풍경까지 정원을 이루는 요소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섬 곳곳에 담긴 정원을 통해 '제주형 정원(J-가든)'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시리즈로 게재한다.<편집자 주>
21일 오후 제주시 삼도2동 남성마을 복합 커뮤니티센터 건물에 정원이 아담하게 자리했다. 가운데 하귤나무에 탐스런 열매가 맺혔고 주변으로는 일본조팝나무가 빨간 꽃을 피웠다. 수국, 호스타 등도 심어졌다.
정원 옆 주차공간과는 경계석으로 공간을 나눴다. 경계석 옆으로 쑥부쟁이가 꽃을 하나둘 피우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꽃밭으로 변할 듯 했다. 지피식물로는 백리향이 터를 잡아 잡초 진입을 막고 있다.
남성마을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이 커뮤니티센터 건물 주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정원을 조성한 것이다. 건물 맞은 편 돌담에는 꽃을 피운 능소화가 길게 늘어져 바닥의 잔디와 대비를 이뤘다. 건물 뒤쪽 다른 정원 담벽에는 담쟁이덩굴이 멋스러움을 더했다.
◆주민참여 공동체 정원, 소통과 힐링의 공간
이 정원은 제주도가 '2025년 도민참여 마을정원 만들기 사업' 공모에 선정된 4개 마을 정원 가운데 하나다. 재료비와 정원전문가 컨설팅을 지원받아 지난 6월 정원을 꾸몄다.
정원이름은 '벨롱벨롱한 별빛정원'으로 정했다. 벨롱벨롱은 '반짝반짝 빛나는' 의미를 담은 제주어이다. ‘남쪽에서 새롭게 뜨는 별’이라는 남성마을 이름에서 따왔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을 결성했고, 긍정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 정원 조성에 참여한 것이다. 정원 조성에는 원주민과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모처럼 얼굴을 마주하고 여러 식물을 심으면서 밝은 모습을 보였다.
정원 조성을 마치고 처음 맞이한 올해 여름 더위가 강하고, 오래 지속하면서 꽃과 나무들이 시름시름했다. 아침에 잡초를 뽑아도 저녁이면 새로운 잡초가 돋아났다. 잡초 뽑기와 물주기를 하면서 정성스레 돌봤다. 지역주민도 오고가며 잡초 뽑기에 동참하는 등 관심을 기울였다. 다음달 1일에는 주민 20여명이 모여 정원을 정비할 예정이다.
김현경 남성마을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정원 규모가 작아서 실망한 주민도 일부 있지만, 콘크리트 건물 밀집지에 있는 녹색 공간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소중하다"며 "아직은 관리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주민들이 힐링하고 소통하는 정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정원과 함께 제주시 영산홍주택에서는 대왕철쭉, 서양철쭉, 아까도철쭉 등 주민들이 희망한 식물 소재를 활용해 특색있는 아파트 쉼터 공간을 만들었다.
지난해 도시재생지원센터,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마을회, 한경면 판포리마을회 공동체 정원 조성에는 도민 등 100여명이 참석해 호응을 얻었다. 마을주민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동체 정원이 점차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 정원사 등의 사회공헌 정원 조성 활기
현행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수목원정원법)에는 공동체정원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법인, 마을·공동주택 또는 일정지역 주민들이 결성한 단체 등이 공동으로 조성·운영하는 정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진행하는 공동체 정원은 식물 재배·정원 가꾸기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활성화, 환경교육, 여가·휴식, 도시생태 기능, 주민참여 등의 특징을 포함하고 있다. 단순히 '가꾸고 보는' 것만이 아니라, 주민의 여가활동·힐링공간·교육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미권의 커뮤니티 가든(community garden)은 토지나 유휴부지 등을 지역주민들이 모여 경작하거나 정원화하는 활동으로, 관상용 꽃 정원보다는 채소, 농작물 등의 생산활동이 위주인 경우가 많다.
공동체가 함께 가꾸는 공간이라는 점은 같지만 영미권에서는 식량생산·도시농업 기능이 강하고, 국내에서는 조경·휴식·녹지미관 기능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공동체 정원과 함께 시민단체나 정원사 등이 자발적으로 유휴 공간 등에 꾸미는 정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소통협력센터에서는 '모두의 정원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한 시민정원사들이 제주시 한림읍 아동보호시설에서 지난 2023년 가드닝 기부활동으로 그래스류 식물과 튤립 구근 등을 심으며 정원을 조성했다. 정원을 통해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제주시에서 마련한 시민참여 '탐나는정원'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시 사라봉공원에서 정원이 조성됐으며, 올해에는 8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하고 있다.
마을주민이나 시민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 정원은 이제 시작이다. 정원을 가꾸면서 커뮤니티가 활기를 띠고, 치유와 휴식를 얻을 수 있다. 꽃, 식물을 가꾸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정원을 조성만 하고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황폐화 수순을 밟게 된다.
김명준 제주정원문화센터 대표는 "공동체 정원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가질 관리주체가 명확해야하고 관리비, 운영비의 안정적인 확보가 중요하다"며 "전시·박제형태를 벗어나려면 정기적인 유지 보수 및 컨설팅 체계를 마련한 주민참여형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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