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기다렸다… '아이언맨' 이정환, KPGA 왕중왕 등극
파이낸셜뉴스
2025.10.26 18:28
수정 : 2025.10.26 18:28기사원문
제네시스 챔피언십 역전 우승
하루 7언더 폭발… 2위와 3타차
상금 9억에 DP투어 시드까지
7년간 준우승 6번 후 값진 승리
하지만 이정환은 버텼고, 결국 돌아왔다. 그리고 그가 돌아온 무대는 KPGA의 '왕중왕전'이라 불리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이었다.
26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파72). 가을 비가 을씨년스럽게 내리던 오후, 이정환은 하루에만 7언더파를 몰아치는 폭발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며 스페인 출신의 강자 나초 엘비라를 3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최종 합계는 11언더파 273타. 2018년 이후 무려 7년 만에 기록한 생애 3번째 우승이다.
이정환과 엘비라의 최종 라운드는 숨 막히는 접전의 연속이었다. 이정환은 11번홀 이후 선두를 잡았지만 1타 차의 흔들림 속에서도 2위로 내려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파 세이브를 성공시키며 끈질기게 선두 자리를 부여잡았다. 버티다보니 기회가 왔다. 승부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갈렸다. 이정환은 장타로 투온을 노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안전'과 '확률'을 택했다.
드라이버 246m를 가볍게 페어웨이에 안착시킨 뒤, 투 온 대신 끊어가는 선택. 그리고 남은 거리 85m.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웨지. 한 번의 숨 고르기. 짧은 템포. 그리고 정확한 탄도. 볼은 핀 1.5m에 멈춰 섰고, 그린 주변 갤러리의 숨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정환은 그 퍼트를 흔들림 없이 떨어뜨렸다. 11언더파로 먼저 홀아웃. 그 순간, 그는 스스로 우승을 만들어냈다.
반면 엘비라는 승부처에서 뼈아픈 실수를 남겼다. 17번홀. 티샷이 벙커에 빠졌고, 세컨샷은 레이업이 전부였다. 회심의 서드샷은 홀에서 8.4m나 남겨버렸다. 그리고 파 퍼트는 홀 컵 옆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 1타가 결국 왕좌의 무게를 바꿨다. 18번홀에서 단 한 홀 만에 2타를 뒤집기엔, 남은 여지는 없었다.
홀아웃 직후, 이정환은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삼켰다.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오래도록 마음에 걸렸던, 너무나도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그 한 단어가 바로 우승이었다. 그는 수많은 아쉬움의 계단들을 지나 여기까지 올라왔다. 2023년 매경오픈 준우승 등 준우승만 3차례, 2024년 우리금융 챔피언십 준우승, 그리고 2025년 매경오픈과 군산오픈 준우승. 그는 늘 문 앞까지 갔지만, 늘 조금 모자랐다.
이정환은 군산오픈 준우승 당시 "쌍둥이가 생기고, 책임감이 더 커졌다. 와이프가 너무 고생하고 있다. 가족들을 생각하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트로피는 그의 것이지만, 그 트로피를 세운 힘은 가족이었다.
이정환은 이번 우승으로 KPGA의 상징적 챔피언이 됐다. 하지만 그의 시계는 이미 다음을 향하고 있다. 정확하고 단단한 아이언 플레이. 흔들림이 적은 리듬과 스윙 템포. 7년을 버티며 다져진 마음의 강도. 이제 그는 '아이언맨'이라 불리던 시절을 넘어, '돌아온 챔피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jsi@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