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3분기 실적 '흐림'…美 관세 손실 2조4500억원

뉴스1       2025.10.27 07:03   수정 : 2025.10.27 09:44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3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20% 이상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2022년 3분기 이후 3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3분기에 총 2조 4500억 원의 관세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30일, 기아는 31일 각각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각각 45조 3484억 원, 27조 874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64%, 5.11% 증가한 규모다. 이에 따라 합산 매출은 75조 22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영업이익은 현대차 2조 6747억 원, 기아 2조 40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3%, 16.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3% 감소한 5조 842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세타2 GDI 엔진 관련 품질 비용을 대거 반영했던 2022년 3분기 2조 3200억 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관세다. 미국 정부는 한국산 완성차에 25%의 수입 관세를 부과 중이다. 7월 한미 간 협상에서 15%로 완화하기로 했지만, 후속 조치가 미뤄지면서 여전히 기존 관세율이 유지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현대차·기아가 3분기에만 총 2조 4500억 원의 관세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 1조 2500억 원, 기아 1조 2000억 원 수준이다. 이는 2분기 손실(1조 6000억 원)보다 8000억 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당시에는 관세 부과 전 재고 물량으로 일부 영향을 상쇄했으나, 이번 분기에는 전면 적용된 영향이 반영됐다.

문제는 협상 장기화 조짐이다. 한미 양국은 오는 29일 경주에서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에 속도를 냈지만, 이견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서 미국은 8년간 매년 250억 달러씩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를 요구한 반면, 우리 정부는 10년간 매년 150억 달러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간 합의안 마련에 대한 기대가 나왔지만, 현재로서는 합의안 마련이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경쟁국인 유럽연합(EU)과 일본이 15%의 관세를 확정한 것도 부담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 혜택을 누리며 2.5%의 관세를 적용받던 EU와 일본보다 상대적 이점을 누렸지만, 이제는 역으로 10%의 부담을 안게 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5% 관세 시 현대차그룹의 연간 부담액은 8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도요타(6조 2000억 원), GM(7조 원), 폭스바겐(4조 6000억 원)을 모두 상회하는 규모다.

관세 부담은 수익성 악화에 따른 차량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가격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가격 경쟁력을 고려할 때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15%의 관세가 확정되면 현대차그룹의 숨통도 다수 트일 전망이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미 관세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15%로 최종 서명한다면 현대차는 내년 2조 4000억원, 기아는 1조 6000억원의 증익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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