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으로 표현한 사회 부조리…대만작가 시용쥔 개인전

연합뉴스       2025.10.27 15:20   수정 : 2025.10.27 15:20기사원문
인형극 무대·회화 포스터·애니로 변주…'불온한 사랑'전 B급 감성으로 반달리즘 풀어낸 인세인 박 개인전도

장난감으로 표현한 사회 부조리…대만작가 시용쥔 개인전

인형극 무대·회화 포스터·애니로 변주…'불온한 사랑'전

B급 감성으로 반달리즘 풀어낸 인세인 박 개인전도

시용쥔 개인전 '불온한 사랑' 전시전경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불륜이나 살인사건 같은 사회 부조리를 블랙코미디처럼 장난감을 소재로 표현한 전시와,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반달리즘'을 B급 감성으로 풀어낸 전시가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각각 열리고 있다.

대만 작가 시용쥔(47)의 한국 첫 개인전 '불온한 사랑'은 수집한 장난감으로 작은 무대를 만들고 이를 영화 포스터처럼 그림으로 표현한 뒤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확장하는 전시다.

작가는 자신이 수집한 빈티지 상품 패키지, 인형, 장난감, 유아용 찰흙 등을 활용해 '토이 세트' 연작을 만들었다.

이어 각 무대를 사진 같은 정교한 그림으로 영화 포스터처럼 꾸몄다. 무대의 주요 인물들만 따로 그림으로 그려 넣기도 했다.

시용쥔 개인전 '불온한 사랑' (출처=연합뉴스)


전시 제목과 같은 회화 작품 '불온한 사랑'은 인형 설치 작품 '호텔 룸 토이 세트'에서 시작한다.

여자 인형이 침대 위에 누워있고, 윗옷을 풀어 헤친 남자 인형은 의자에 앉아 서둘러 바지를 입고 있다. 여자 인형이 남자 인형의 세 배쯤 더 크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 불륜 현장을 풍자한 작품이다.

인형 무대에서 몸을 돌리면 무대를 담은 포스터 형태의 그림이 걸려있다. 불륜 현장을 급습한 것 같은 모습이다.

시용쥔 개인전 '불온한 사랑' (출처=연합뉴스)


'호텔 복도 토이 세트'는 룸이 등장한 앞의 작품 속 호텔의 복도를 보여준다. '호텔 룸 토이 세트' 속 여자 인형의 남편으로 보이는 인물을 비롯해 여러 인물이 나온다.

작가는 이런 방식으로 호텔 방과 복도, 거실, 주방, 바, 공연 무대, 도로 등 7개의 서로 다른 무대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사건들을 소재로 삼아 등장인물 간 형성된 모순된 관계를 표현했다.

관람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오면 이 7개의 무대를 바탕으로 한 옴니버스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

작가 시용쥔 (출처=연합뉴스)


19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작가는 2015년부터 오래된 장난감이나 인형을 작품 세계에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량 생산된 장난감이라는 상품에 서사를 입혀 생명력을 부여한다.

작가는 대만에서 태어나 국립대만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2009년과 2011년에 게이사이 타이완 타이카이 어워드를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화이트 래빗 갤러리(호주), 롱 뮤지엄(중국), 대만국립미술관(대만) 등에 소장돼 있다.

인세인 박 작 '버닝 다운 더 갤러리즈' 전시전경 (출처=연합뉴스)


시용쥔의 작품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장난감으로 풀어냈다면 같은 갤러리 지하에서 열리고 있는 작가 인세인 박(45)의 개인전 '아방가르드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반달리즘'을 키치(Kitsch)한 감성으로 풀어낸 전시다.

'버닝 다운 더 갤러리즈'는 '갤러리즈'(Galleries)라는 글자 내부에 성냥을 가득 채운 뒤 실제로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담았다.

영상 속 작가는 '갤러리즈'라는 글자 철자 중 '거짓말'을 뜻하는 'LIES' 글자에 먼저 붙여 이 모든 것이 거짓임을 보여준다.

모니터 위에는 영상에 사용된 불에 탄 '갤러리즈' 글자 구조물을 전시했다.


인세인 박 개인전작 '아마추어 반달러를 위한 일회용 마스크' (출처=연합뉴스)


또 퍼포먼스 영상에서 사용된 비닐봉지로 만든 '아마추어 반달러를 위한 일회용 마스크'를 배치해 관람객이 가져가 쓸 수 있게 했으며, 옆에는 사용설명서를 함께 걸었다.

전시에서는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의 실내외를 그라피티로 뒤덮이게 연출한 '포스트 반달리즘', 불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모습을 영상으로 연출한 '버닝 다운 더 뮤지엄' 등도 볼 수 있다.

두 전시 모두 12월 6일까지 열린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시장 입구 (출처=연합뉴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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