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피' 열풍에 나도 한 번?…'야수의 심장'으로 국장 뛰어드는 MZ세대
뉴스1
2025.10.29 14:21
수정 : 2025.10.29 15:02기사원문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주변에서 다들 얘기하는데 저도 해봐야 할 것 같았어요."
최근 주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심 모 씨(27세, 여)는 "주식 투자를 사실 한 번도 안 해봐서 계좌 만드는 법도 모르는데, 요즘 만나면 다들 주식 얘기를 많이 한다.
2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27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장중 4000선을 돌파하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청년층 사이에서 주식 투자에 대한 'FOMO'(포모, 소외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심리가 일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코스피는 장중 4057을 넘어섰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주식 투자에 관해 묻는 글이 흔하게 보인다. 한 스레드 사용자는 '처음 주식해서 11일째 하고 있는데 조언을 부탁드린다'며 주식 투자 앱 화면을 인증하기도 했다. 화면에서는 '코스피 4033.69'라는 글자와 함께 1~11% 사이 수익을 낸 종목들이 보였다.
구글 트렌드를 통해 '주식'의 검색량을 비교해 봤을 때도 변화가 엿보인다. 한 달 전 '64'였던 검색량은 현재 '92'까지 올랐다. 최근 청년층의 투자가 늘고 있는 '코인'의 검색량과 비교해 봐도 92 대 30으로 격차가 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주식(44)과 코인(30)의 검색량이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주식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사회초년생이자 경제생활을 막 시작하는 청년층의 관심이 특히 두드러진다. 특히 최근에는 유튜브, SNS 등을 통한 투자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 상황이다. 유 모 씨(23)는 "주변에서 많이들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유튜브를 많이 보고, 아예 전문적으로 공부를 한다는 사람도 있다"고 얘기했다.
특히 주식에서도 '한방'을 노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식 종목토론방 등 인터넷을 중심으로는 '지난해에 야수의 심장으로 코스피에 들어갔어야 했다', '진정한 야수들만 먹을 수 있다'(이득을 볼 수 있다) 등 '야수의 심장'이라는 표현이 흔하게 등장한다. 이는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하는 성향을 빗대는 신조어로, 청년층의 공격적인 투자 심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서는 분위기에 휩쓸려 무분별하게 투자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NS와 유튜브 등에서는 '반드시 돈 버는 투자 방법', '수익 1000만원 보장' '1시간 후 삭제합니다. 반드시 매수해야 하는 종목' 등의 문구를 내건 홍보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다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투자를 빙자한 사기일 가능성이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도 SNS를 통한 '불법 리딩방'에 대한 투자자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투자에 대한 관심은 복합적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20대의 불안감과 박탈감은 2가지 지점이 겹쳐 더 클 수 있다"며 "한국은 압축 성장을 했기 때문에 한 세대 안에서 부자들이 보인다. 특히나 우리나라에 투자 심리가 더 큰 이유다. 20대들은 장래가 보장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서 영끌·빚끌 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대적인 개념이지만, 청년들이 그동안 비트코인 등 상당히 위험한 투자에 관심을 보였는데 그것보다는 훨씬 더 낫다고 본다"며 "정상적인 활동을 하려면 전 세대 같이 그냥 은행에 저축하는 개념으로는 지금은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양 교수는 "이전 세대에는 주로 저축하는 전략을 택했는데 그 전략이 실패한 것"이라며 "전 세대를 보면 부동산을 산 사람들은 굉장히 편할 것이고, 사지 않았나 후회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아 보이니, 부동산에 투자하려 하지 않겠나. 그런데 법과 규제, 또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에 부동산에 투자하는 길은 (청년들에게) 막혀 있어서 시작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포모 현상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현대 사회가 되면서 인터넷과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쉽게 접하면서 비교 심리와 포모 현상이 더 크게 일어난다"며 "한탕주의나 지나친 소외감으로 판단 없이 뛰어들면 안 된다. 자신만의 판단력이나 기준을 잘 세워 나가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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