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깜짝회동 불발…"김정은, 실익 없다 판단한 듯"

뉴시스       2025.10.29 18:46   수정 : 2025.10.29 18:46기사원문
한미정상, 29일 '북미정상 회동 불발' 공식화 트럼프, 수차례 러브콜에도…북, 호응 안 해 "중·러와 전략적 동맹 강화가 최선이라 판단한 듯"



[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2025.10.29.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실현될지 관심을 모았던 북미 정상회동이 불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PEC을 앞두고 연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김정은은 회동에 응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오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님 진심을 아직은 제대로 다 수용하지 못해서 불발되긴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정말 시간을 맞추지를 못했다"고 했다.

한미정상이 APEC 기간 북미 정상회동은 없다고 공식화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하루 더 남은 상황에서 회동 불발을 공식화한 것을 두고 북한이 미국 측에 만남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전 주인 24일(현지시간)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또 북한을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라고 했다.

27일 일본행 비행기 안에서는 김 위원장이 만나고 싶어 한다면 29일부터 시작하는 1박2일 간의 방한 일정을 연장할 수 있고, 대북제재 완화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김 위원장이 원하는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과 '제재 완화' 의제를 모두 띄우며 적극적인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북한의 대미외교를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최 외무상은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더 나아가 북한매체는 전날(28일)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애초 APEC 계기 깜짝 회동 기대감이 커진 배경에는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이 있다. 당시 일본을 방문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한 지 30여 시간 만에 회동이 성사됐다.

하지만 6년 사이 북한의 전략적 입지는 강해졌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제재해제에 매달릴 필요성이 적어졌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한 이후 북러는 혈맹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이 대중 견제 전선을 강화하자 중국은 북한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북중러 정상은 톈안먼(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서서 '반미 연합전선'을 국제사회에 선포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으로는 만남에 나설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북미 간 사전 조율 정황은 공개된 바 없다.
섣불리 회동에 나섰다가 결과물을 내지 못한 채 이벤트성에 그치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결렬)'의 반복이 될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뉴클리어 파워' 발언만으로는,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한 핵군축 협상 제안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받아들였을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은 미국에 신뢰할 만한 실질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핵 보유국 인정이 어렵다는 것을 김정은도 알기 때문에, 지금은 중국·러시아와 전략적 동맹을 공고히 하는 것이 최선의 생존 전략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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