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 매년 증가…권익옹호기관 인력은 101명뿐
연합뉴스
2025.10.30 06:01
수정 : 2025.10.30 06:01기사원문
2024년 학대 판정 1천449건…지적장애인 피해 65% 육박 김남희 의원 "아동·노인 기관 비해 인력 턱없이 부족"
장애인 학대 매년 증가…권익옹호기관 인력은 101명뿐
2024년 학대 판정 1천449건…지적장애인 피해 65% 육박
김남희 의원 "아동·노인 기관 비해 인력 턱없이 부족"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최근 전남 신안군에서 지적장애인이 30여년간 염전에서 강제노동과 경제적 착취를 당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준 가운데, 장애인 학대 신고 건수와 학대 판정 사례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학대 피해 장애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전국에 단 101명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어 최소한의 인권 보호망마저 위태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의원실(더불어민주당·광명을)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장애인 학대 현황' 자료 등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장애인 학대 신고 건수는 총 6천31건에 달했다.
이는 2019년 4천376건 대비 5년새 37%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실제 학대로 판정된 사례 역시 2020년 1천8건에서 2024년 1천449건으로 크게 늘었다.
학대 유형(2024년 기준)을 보면, 두 가지 이상의 학대가 동시에 발생하는 '중복 학대'가 460건(31.7%)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뒤이어 신체적 학대 336건(23.2%), 경제적 착취 253건(17.5%), 성적 학대 188건(13.0%) 순이었다. 특히 '염전 노예' 사건과 같은 경제적 착취는 5년 평균 261건에 달할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학대 피해자 중 가장 취약한 집단은 지적장애인이었다. 2024년 확인된 피해자 1천449명 중 64.7%인 937명이 지적장애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별로는 20대가 22.6%로 가장 많았으나, 17세 이하 아동·청소년 피해자도 18.6%에 달해 심각성을 더했다. 학대 발생 장소는 '피해장애인 거주지'(652건)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장애인 거주시설'(184건)이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장애인 학대 건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전담해야 할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17년 설립된 옹호기관은 중앙 6명, 19개 지역 기관에 각 5명씩 총 101명이 근무하는 것이 전부다. 노인보호전문기관(총 352명)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상담원 1천500명, 전담공무원 892명)과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기준 1개소당 예산은 약 1억2천88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상담원 1명이 감당해야 할 업무가 과중한 실정이다. 2024년 기준 전국 상담원 1인당 연평균 상담 및 지원 횟수는 351건에 달한다. 특히 경기남부는 1인당 637건, 부산 589건, 제주 556건 등 일부 지역은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
넓은 담당 지역도 문제다. 경북의 경우 기관이 담당하는 관할 지역의 평균 왕복 이동 거리가 221.6km에 달했으며, 강원 208.4km, 전남 178.6km, 경남 164.9km 등 대부분의 비수도권 지역에서 100km가 넘는 업무 반경을 감당하고 있다.
학대 신고 접수시 신속한 현장 조사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구조다.
이에 대해 김남희 의원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101명 인력으로는 제대로 된 학대 예방과 피해자 지원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신속한 현장 조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기관별 전담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며 "장애인 인권에 대한 관심 제고와 권익옹호를 위한 적극적인 행정 조치를 위해 정부가 국가 예산 증액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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