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극적타결·핵잠 승인…'핫'했던 트럼프 방한 행보
연합뉴스
2025.10.30 15:22
수정 : 2025.10.30 15:39기사원문
첫 亞순방 마무리…이 대통령과 '라포 외교'·'美우선주의' 광폭 외교 김정은과 깜짝 회동 '큰 그림'은 불발…"다시 오겠다" 여운 시진핑과 6년여만 대좌로 미중 갈등 완화…한·일과 협력 다지며 견제 '고삐'
[경주APEC] 무역협상 극적타결·핵잠 승인…'핫'했던 트럼프 방한 행보
첫 亞순방 마무리…이 대통령과 '라포 외교'·'美우선주의' 광폭 외교
김정은과 깜짝 회동 '큰 그림'은 불발…"다시 오겠다" 여운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집권 후 첫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30일 본국으로 떠났다.
지난 26일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27일 일본, 29일 한국으로 이어진 그의 광폭행보는 30일 한국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으로 막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특유의 익살을 앞세운 화법으로 정상외교의 '묘(妙)'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약 두달 만에 다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의 라포(rapport·상호신뢰관계)를 단단히 했다는 평가다.
다만 자신이 던진 '관세 위협'을 지렛대로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미국 우선주의' 행보는 그대로 이어졌다. 오랜 줄다리기 끝에 한국과 관세 합의를 타결했고, 동남아 여러 나라들과도 무역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전 세계가 주목할 '빅 이벤트'를 연출하려던 구상은 북측의 무응답으로 불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6년 4개월여 만에 다시 대좌해 무역 갈등을 완화하면서도 한국·일본 등과의 협력을 통한 대중 견제에는 고삐를 죄는 모습이었다.
◇ '대미투자' 실타래 풀며 韓과 관세 합의…'SSN 건조' 전격 승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한국을 마지막 국가로 방문했다. 29∼30일 경주에 머무르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연설과 한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이 기간 한미는 관세 합의를 전격 타결했다.
당초 핵심 쟁점이던 대미 투자 방식을 놓고 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터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타결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양국은 치열한 조율 끝에 한국이 총 3천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 중 2천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한 '전액 선불'보다 완화한 내용으로, 대미 투자에 대한 '상업적 합리성' 조건을 문건에 명시하기로 했다는 점 등에서 한국 정부가 일부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압박을 통해 거둔 미측의 성과라는 '냉정한' 평가도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한국의 대미 투자 소식을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기간 미국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과도 무역 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SSN) 개발에 물꼬가 트일 수 있단 점도 이목을 끄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는 이 대통령의 요청에 호응,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30일 전격 천명했다. 그동안 '핵 확산'을 우려해 핵연료 공급에 극도로 신중하던 역대 미 행정부의 입장에서 확연히 달라진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같은 결단의 배경에는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설득 논리가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벗어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단 분석이다.
다만 이는 동시에 미국이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포함한 더 많은 역할을 한국에 부여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아무때나 연락하라" 친분 다져…농담·너스레로 분위기 주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프로토콜보다는 개인적인 친분을 앞세운 톱다운 외교를 선호한다. 따라서 그와의 라포 형성은 세계 각국 정상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그런 점에서 그의 방한은 한미 정상의 관계를 다지는 주요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이미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우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아무 때나 연락하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공동체, 우리 국민, 지도자들 사이에는 위대한 사랑(great love)이 있다"는 적극적인 표현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뒤에는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한 한국 정부의 치밀한 준비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가 황금색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한 듯 이 대통령은 금빛 넥타이를 맸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로 준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금관 모형을 받으며 "특별히 잘 챙기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로부터 수훈한 '무궁화 대훈장'을 보고는 "당장 걸고싶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지난 8월 미국에서의 만남 뒤 두 달여만에 다시 열린 정상회담이라는 점도 한미 정상이 유대를 다지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한 말레이시아와 일본의 의전 노력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말레이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 직후 공항에서부터 성대한 환영식을 열며 그를 극진히 대접했다. 일본 역시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골프채 등 선물과 노벨 평화상 후보 추천 등을 동원해 '환대 공세'를 폈다.
◇'러브콜'에도 김정은과 회동 불발…한반도 '역할' 의지는 재확인
한반도 주요 사안인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선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확인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내내 김 위원장에게 계속 '러브콜'을 보냈지만 깜짝 북미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휴전 상태'를 인식하고 있다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면서 자신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피스메이커'가 돼 달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에 재차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 국무부 등이 북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엇박자' 성격의 메시지를 낸다는 점은 향후 북미 협상 방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북한에 대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라고 재차 언급했다. 미국이 행정부 차원에선 비핵화를 내걸지만, 실제 협상 테이블에 나섰을 때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점을 인정하며 '군축'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제시한 비핵화 해법인 'END(Exchange·Normalization·Denuclearization) 이니셔티브', '동결·축소·비핵화'의 3단계 구상과 미측의 대북 구상 사이의 조율이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아시아 순방에 나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 장관이 내달 3∼4일 방한 중 한국 정부와 어떤 논의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귀국길에 미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에게 김 위원장을 만나러 다시 오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미중 무역 휴전 연장…트럼프, 우호국과 '대중 견제' 대오 '고삐'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 부산에서 시 주석과 대좌해 중국과의 무역 갈등과 관련해 합의를 타결했다.
미국은 마약 펜타닐 수출을 이유로 중국에 부과해온 관세를 기존 20%에서 10%로 내리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 시행을 유예하고 미국산 대두 등의 수입을 재개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양 정상의 이날 대좌로 미중 사이 고조되던 긴장은 다소 누그러졌다는 평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에 자신이 중국을 방문하고 그 뒤 시 주석의 미국 답방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점에서 정상 외교를 통한 미중 관계의 '관리 모드'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대치 구도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무역 갈등 뿐 아니라 기술 경쟁, 글로벌 공급망 쟁탈전 등 미중 사이에 복잡한 '패권전쟁'의 전선이 그어져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 역시 큰 틀에선 '중국 견제'라는 보다 넓은 전략적 목표를 배경으로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가 한미·한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동남아 국가들과 우호를 다진 점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을 미국의 '텐트' 안에 관리하기 위한 포석이란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말레이시아·태국 등과 핵심광물 협정을 맺고, 일본과도 '핵심광물 및 희토류 확보를 위한 프레임워크'에 서명하는 등 중국의 '희토류 공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서혜림 기자)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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