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중요한 범죄수익 환수… "독립몰수제 입법화" 목소리
파이낸셜뉴스
2025.10.30 18:20
수정 : 2025.10.30 18:20기사원문
범죄자 해외도피·사망 등 이유
유죄판결 없이도 몰수하는 제도
국제기구도 도입 권고하고 있어
"무죄추정 원칙 훼손" 반론도
캄보디아 등 해외에 거점을 둔 범죄가 빈발하는 가운데 범죄수익 환수 제도의 법적 공백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행법상 최종 유죄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에 대해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범죄수익 환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독립몰수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독립몰수제 입법을 국회에 요청했다. 정 장관은 "현행 형사 제도에서는 신속하게 범죄수익을 몰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데 큰 한계가 있다"며 "제2, 제3의 캄보디아 사태를 막고 아동 성 착취물 범죄처럼 국경을 초월해 벌어지는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독립몰수제는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립몰수제는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거나 최종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재산 몰수는 다른 형벌(주형)에 부가하는 형사 제재로 공소제기가 이뤄진 경우에만 가능하게 돼 있다. 범죄수익으로 지정돼 있지 않거나 범죄자의 사망·도주·해외도피·인적사항 불특정 등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면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없는 셈이다. 과거 'N번방' 성 착취 사건과 각종 비자금, 전세사기 범죄 등 범죄수익 환수가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제도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치권도 독립몰수제 도입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독립몰수제를 정기국회 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독립몰수제가 원활한 몰수를 가능하게 할 거라고 조언한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범죄수익이 확실하지만 기소 자체가 어려운 사건들이 많다"며 "검찰, 법원이 세부적인 절차를 마련해서 실효성을 확보하면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범죄조직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독립몰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수익을 노리고 범죄를 하는데 자금줄이 위태로워질 확률이 높아질 때 당연히 그러한 범죄를 포기하거나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입법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대표변호사는 "추징보전 처분으로 범죄수익을 동결한 뒤 법원의 정식 판단 절차를 따르는 방법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초국가적 범죄가 일어나며 기존 형법질서로 새롭게 급증하는 범죄에 모두 대응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